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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역 소멸과 기후위기의 극복 “마을공동체의 전환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36호 입력 2026/06/18 12:42 수정 2026/06/18 12:44

 

안병철 교수<br>원광대학교 <br>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확대
안병철 교수
원광대학교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는 기후변화와 지역 소멸의 가속화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30개(57%)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고, 농어촌 마을은 초고령화와 공동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의 기저에는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의 모순이 자리한다. 농산어촌은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탑 건설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으면서도 현대적 인프라 혜택에서는 소외된 채 겨울철이면 비싼 등유나 화목 보일러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더욱이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한 외부 자본 주도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은 지역의 토지와 자연경관을 잠식하고 수익을 외부로 유출해 주민의 강한 저항을 낳고 있다.

그러나 마을은 위기 요소만을 안고 있지 않다. 공간과 자원의 재구조화를 통해 새로운 자립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 또한 품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소멸 방지라는 두 국가적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에너지를 마을 단위에서 자체 생산·소비하고 그 경제적 이익을 공동체 내부로 환원하는 ‘분산형 에너지 자립마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현 정부도 마을 유휴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발전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햇빛소득마을’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하기로 하면서 이 방향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유럽과 국내 사례는 실증적 해답을 제시한다. 독일 펠트하임은 풍력·바이오가스·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결합해 거대 전력사로부터 독립한 100% 에너지 자립을 이뤄냈고, 프라이부르크 보봉 지구는 플러스에너지하우스와 시민 거버넌스로 탄소중립 생태 도시를 구현했다. 국내에서도 자생적 에너지 공동체가 확산 중이다. 충남 홍성 원천마을은 가축분뇨로 전력을 생산해 전국 최초로 가축분뇨 기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획득하며 혐오시설을 탄소 자산으로 전환했고, 충북 괴산 장암리는 산림 바이오매스 소규모 열병합발전으로 60가구 난방을 해결하며 지역 산림 순환 경제를 구축했다. 경기 여주 구양리는 주민 전원이 참여한 협동조합으로 1MW 태양광발전소를 조성해 월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무료 급식·마을버스 등 공동체 복지에 투명하게 환원하고 있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전략은 네 가지다. 첫째,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공간 인프라 설계다. 축산 농촌은 바이오가스, 산촌은 산림 바이오매스, 어촌은 방파제·부잔교를 활용한 해상 태양광을 각각 적용하고, 여름철 체감온도를 낮추는 마을 숲 등 그린 인프라를 통합 설계해 기후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둘째, 주민 주도 협동조합 육성을 통한 자본의 내재화다. 지자체는 총사업비의 40~60%를 저리 융자·보조금으로 지원하고 법률·회계·기술 통합 컨설팅을 제공해 초기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셋째, 전력망 안정성을 위한 디지털 융합이다. 분산 자원을 통합 제어하는 가상발전소(VPP)와 분산형에너지자원관리시스템(DERMS)을 적기에 보급해 마을 단위 생산·소비를 유연하게 관리해야 한다. 넷째,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부처 간 예산 통합이다. 분절된 생태 복원 사업 예산을 통합 기금화하고, 주민참여형 사업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우대 등 제도적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삶의 터전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분산형 에너지 자립마을 구축은 온실가스 감축과 전기요금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인구 유출로 시들어가는 농산어촌에 안정적 소득 창출 기회를 제공해 청년을 다시 유입시키는 본질적인 공동체 재생 사업이자, 에너지 생산 주도권을 국토 전역으로 분산시켜 국가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 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 정부는 대규모 발전소 건설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마을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는 거버넌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를 자급하며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한 수천 개의 마을공동체가 국가의 모세혈관처럼 단단히 연결될 때, 대한민국은 기후위기와 지방소멸이라는 파고를 넘어 진정한 회복 탄력성을 지닌 선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마을, 그것이 다가올 미래의 가장 강력한 국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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