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냉방기기 화재는 더위를 피하려는 일상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반복적으로 우리 곁을 위협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가 최근 공개한 통계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경북 도내에서 발생한 냉방기기 화재는 총 99건. 재산피해액만 약 3억9000만원에 달한다. 인명피해가 부상 1건에 그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이 수치가 안도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화재는 언제나 인명피해라는 최악의 결과 직전에 멈춰설 뿐이며, 다음번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발생 추이다. 2021년 17건에서 2024년 26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여름 폭염의 강도가 매년 높아지고, 냉방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 현실과 맞물려 위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장소별로는 주택에서 전체의 38%가 발생했다. 사무실이나 산업시설과 달리 주택은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다. 화재는 가장 안심하는 곳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남긴다.
화재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구조적 허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체의 64.6%가 전기적 요인으로, 장기 사용에 따른 전선 피복 손상이나 내부 먼지로 인한 트래킹 현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다시 말해, 상당수의 화재가 사전 점검만으로 예방 가능한 화재라는 뜻이다.
에어컨 실외기 역시 간과하기 쉬운 위험 지점이다. 야외에 방치된 실외기 주변에는 낙엽과 담배꽁초, 먼지가 쌓이기 마련이고, 이것이 점화의 조건을 마련한다. 설치 후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실외기 한 대가 여름날 오후의 화마로 이어지는 경로는 생각보다 짧다.
에어컨과 선풍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가전이다. 기후위기 시대, 냉방 없이 한국의 여름을 버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전문가 점검을 받는 것, 필터와 실외기 주변을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것, 손상된 전선을 즉시 교체하는 것. 이 단순한 습관들이 화재와 일상 사이의 마지막 경계선이다.
안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반복되는 작은 실천으로 완성된다. 올여름, 시원함을 누리되 안전을 잃지 않는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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