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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과 부정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35호 입력 2026/06/11 11:26 수정 2026/06/11 11:30

 

이승미 경주 아주망확대
이승미 경주 아주망
선거가 끝났다. 그런데 끝나지 않았다.

아줌마는 선거 참관인을 서너 번 했다. 본투표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사전투표 참관을 했다. 부정 선거론에 아줌마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참관인을 했던 경험이 주된 요인이다. 그런데 선거 다음 날이 아주 시끄러웠다.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 했다?’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같은 가짜 뉴스가 사실은 진짜 뉴스였다.

투표용지가 부족한 곳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선거 용지 예산은 110%로 넘치게 받아놓고선 준비된 것은 50%였다.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정작 선관위 직원들은 선거철마다 휴직했다.

아줌마가 뉴스를 들으며 처음 든 생각은 <부정 선거론자들에게 아주 큰 먹잇감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국제 정세가 힘든 요즘, 나라가 똘똘 뭉쳐도 모자라는데, 여기저기서 극우, 극좌로 돌아가는 형국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부정 선거론자들의 트집 잡기가 아니다. 분명한 선거 준비 부실 사태다. 선거를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선거라는 것이 아주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 독립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대법관들이 중임하며 아무도 견제할 수 없는 독립성을 넘어 나태함의 유혹이, 부실의 늪이 언제나 존재할 수 있는 기관이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여실히 보여줬다.

보통 우리나라 지방 선거 투표율은 60%를 오락가락한다. 정치적 이슈에 따라 투표율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사전투표율이 바로 집계되는 상황에서 사전투표율 부분을 빼고, 투표율의 변동 폭을 고려하여 예상 투표율에서 최소 10% 정도 여유분을 더 준비하면 되는 일이다. 이건 뭐 수학도 아니고 산수적인 계산이고, 초등학생 정도만 돼도, 이 정도는 생각해서 일을 처리한다. 그런데 50%만 준비했다? 이건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조직 내에서 아무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나태함과 안일함의 끝판왕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아줌마는 평소에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이라고 다 아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른들이 일궈 놓은 세상이 완전무결하지 않음을 말한다. 그래서 너희들이 사회에 나가서는 부모 세대보다는 더 나은 길을 모색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번의 선관위 사태는 안일함의 나태함이라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그냥 넘겨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제 선관위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욱 큰 일이 벌어질 것이다. 선관위는 스스로 부정 선거론자들에게 큰 빌미를 제공했다. 이번에 제대로 독립성과 감시 체계를 제대로 이뤄놓지 않으면 그냥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법률적으로 재선거는 힘들다.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지만, 이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귀찮거나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이미 당선된 정당이나 사람을 지지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선거 준비 부실 사건이지 선거 부정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실과 부정.

부실은 실하지 못하다,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부정은 올바르지 않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은 선거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태다. 선거함을 뒤바꾸거나 이미 표시가 된 투표용지들을 배부해서 선거 결과를 뒤바꾸게 했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투표용지 함을 이동하지 못 하게 하여 개표를 못 하게 한 경우, 당선 결과가 뒤바뀌게 하는 것은 부정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투표를 마친 투표함의 개표가 뒤늦게 이뤄져서 당선 결과가 뒤바뀐 경우가 있었다. 만일 투표함을 끝내 못 열게 했다면 그건 부정선거다. 그리고 그 부정선거의 책임은 투표함을 이동시키지 못하게 한 사람들이다. 물론 선관위가 잘했다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선관위의 잘못된 행태를 꾸짖고 혼내야 한다. 그런데 방법이 잘못됐다는 소리다. 선관위의 선거 준비 부실 사건을 잘못된 시위로 인해 선거 부정 사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줌마의 시각으로 이야기해 보자.

한 아이가 잘못했다. 그런데 그로 인해 다른 아이가 피해를 보았다. 여기서 사건이 끝났다면 엄마는 잘못한 아이를 훈육한다. 그런데 피해를 당한 아이가 자신이 억울함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모두 권리를 침해받아야 한다고 떼를 쓴다면 엄마는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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