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이동성 연구자 팀 길의 말처럼, 아이가 혼자 걸어 학교에 갈 수 있는 도시라면 노인도 병원에 가기 쉽고, 유아차를 미는 양육자가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거리라면 휠체어 이용자와 보행이 불편한 시민도 이동할 수 있다. 학교 앞 공기가 깨끗하고 조용한 동네라면, 그곳에 사는 모든 주민의 삶도 나아진다. 단순하지만, 도시와 교통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교통정책 논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하다. 경찰은 24시간 시속 30km로 제한된 스쿨존의 속도 제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어린이가 적은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는 제한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의 ‘국가정상화 총괄 태스크포스’도 속도 제한 개선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모든 스쿨존을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스쿨존을 얼마나 풀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안전하게 걷고, 시민들이 차 없이도 살 수 있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여야 한다. 스쿨존을 규제 완화의 대상으로만 보는 순간, 도시는 다시 자동차의 속도와 편의를 중심으로 설계된다.
유럽의 흐름은 다르다. 클린 시티즈의 2025년 보고서 『Streets for Kids, Cities for All』은 아동친화적 도시의 세 가지 지표로 학교 앞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스쿨스트리트, 시속 30km 이하 안전속도 적용, 물리적으로 보호된 자전거 인프라를 제시한다. 이 세 가지가 아이들의 안전뿐 아니라 대기질, 소음, 신체활동, 독립적 이동, 도시의 삶의 질과 직접 연결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파리는 이 평가에서 유럽 36개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도시 전역에 30km/h 제한속도를 도입하고 218개의 스쿨스트리트를 조성한 결과다. 파리 시민 81%가 스쿨스트리트에 긍정적이었고, 주로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민 중에서도 75%가 지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보행 중심 정책이 자동차 이용자의 반발을 반드시 불러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런던은 10년 안에 500개가 넘는 스쿨스트리트를 만들었다. 두 도시 모두 핵심 요인으로 지방정부의 정치적 리더십이 꼽힌다.
교통정책은 도로를 얼마나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의 이동을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후정치바람의 기후인식조사에서 응답자 33.7%가 탄소 감축의 핵심 정책으로 ‘대중교통 활성화’를 꼽았다. 특히 대전·충청권에서 이 문제는 더 절실하다. 대전은 광역도시임에도 버스 노선과 배차, 환승 편의에 대한 불만이 크고, 충남·충북의 중소도시와 농어촌에서는 버스가 하루 몇 번 오지 않아 병원과 시장에 가는 일조차 하루 일과가 된다. 이런 지역에서 교통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건강권이고 교육권이며 복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의 교통공약은 ‘탄소는 줄이고, 복지는 채우는’ 방향으로 다시 짜여야 한다. 첫째, 스쿨존 완화 대신 스쿨스트리트와 생활도로 30km/h 확대를 약속해야 한다. 학교 앞과 어린이집, 도서관, 돌봄시설 주변부터 등하교 시간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보행로를 넓히며 그늘과 쉼터를 만들고, 자전거·유아차·휠체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대중교통 노선·차량을 늘리고 기후패스를 결합해야 한다. 요금만 낮춘다고 승용차 의존이 줄지 않는다. 버스가 자주 오고, 환승이 편리하고, 밤늦게도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을버스와 시내버스를 병원·시장·학교·복지관·역과 연결하는 생활권 순환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셋째, 중소도시와 농어촌에는 수요응답형 교통, 마을택시, 공공버스, 무상교통을 결합해야 한다. 버스가 하루 몇 대 없는 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말은 공허하다. 먼저 탈 수 있는 교통을 만들어야 한다. 교통취약지역의 어르신, 청소년, 장애인, 차 없는 가구가 학교와 병원, 시장과 공공시설에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지는 공공교통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를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공간으로 둘 것인가, 사람이 안전하게 머무르고 이동하는 공간으로 바꿀 것인가.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이들에게 물어야 한다. 스쿨존을 완화할 것인가, 스쿨스트리트를 만들 것인가? 도로를 더 넓힐 것인가, 아이들의 길을 더 넓힐 것인가? 전기차 보조금만 말할 것인가, 차 없이도 살 수 있는 공공교통을 말할 것인가? 좋은 도시는 아이들이 혼자 걸어 학교에 갈 수 있는 도시, 차가 없어도 병원과 시장, 일터와 학교에 갈 수 있는 지역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교통정책은 바로 그 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버스가 자주 오고 교통비가 낮아지면 차 없는 시민의 삶의 반경이 넓어진다. 탄소는 줄고, 복지는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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