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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경주를 묻다 그때의 제안, 오늘의 과제

이상욱 기자 lsw8621@hanmail.net 1730호 입력 2026/05/07 16:22 수정 2026/05/07 16:33
지방선거 앞두고 2006년 유권자 토론회 재조명
“변혁적 리더십·창조적 정책 여전히 유효”

경주신문 제746호(2006년 5월 8일 발행) 3면. <사진=경주신문DB>확대
경주신문 제746호(2006년 5월 8일 발행) 3면. <사진=경주신문DB>
20년 전인 2006년 5월. 당시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주신문이 주최한 ‘경주시민 유권자 토론회’에서 제시된 경주 발전 전략과 정책 제안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화두를 던진다. 일부는 현실화됐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진행형 과제로 남아 있다.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당시 논의를 되짚어보는 일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시장 독주 넘어 거버넌스”⋯ 행정 패러다임 전환 요구

당시 행정 분야의 핵심 화두는 ‘변혁적 리더십’과 ‘로컬 거버넌스’였다. 지방정부가 단순한 행정 집행기구를 넘어 시민사회와 협력하는 네트워크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토론에서는 시장 중심의 권력 구조가 예산 왜곡과 정책 편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선심성 사업이나 지역 안배식 예산 배분은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조정하고,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는 ‘포용적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로컬 지식’을 반영하고, 공론의 장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20년이 지난 현재, 주민참여예산제와 주민소환제 등 일부 제도는 도입됐지만, 실질적 참여와 정책 반영 수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회 역시 감시·입법 기능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전문성 부족과 집행기관 견제 기능 약화 문제는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형식적 참여를 넘어 실질적 협치로 나아가는 것이 여전히 숙제이며, 지방의회가 정책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창조성이 재정을 대신”⋯ 경제정책의 본질은 방향성

경제 분야에서는 브라질 꾸리찌바 사례가 제시되며 ‘창조적 행정’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당시 토론자들은 “재정 부족을 이유로 정책을 포기하기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나눠먹기식 예산’과 ‘백화점식 공약’의 위험성이 경고됐다. 대신 도시의 장기 비전과 실행 가능한 전략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공약의 양이 아니라 질, 즉 정책 간 연계성과 실현 가능성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경주는 관광 중심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일부 산업단지 조성과 관광 인프라 확충은 성과로 평가되지만, 지역경제의 체질 개선과 지속가능성 확보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1·2·3차 산업 전반의 정체 문제는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당시 제기된 ‘패러다임 전환’ 요구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역사·문화·관광⋯ “보는 관광에서 체험 관광으로”

관광 분야에서는 이미 2006년에 ‘체험형 관광’과 ‘생활 중심 관광’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단순한 유적 관람을 넘어 체험, 공연, 먹거리, 쇼핑이 결합된 관광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었다. 관광의 목적이 ‘관람’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은 지금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후 경주는 야간관광, 체험형 콘텐츠, 축제 확대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변화를 이뤘다. 문화재 야간 개장, 체험 프로그램 확대, 공연 콘텐츠 개발 등은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관광객 체류시간 확대와 소비 증대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지적된다. 관광이 지역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당시 제안됐던 관광 연구기관 설립, 전문 인력 양성, 문화콘텐츠 산업화 등은 일부 정책에 반영됐지만,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 부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경주의 강점인 역사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콘텐츠 경쟁력이 관건이며,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교육⋯ 선제적 제안, 뒤늦은 대응

환경 분야에서는 생태하천 조성, 대기오염 공동 대응, 자전거 중심 도시, 난개발 방지 등이 제시됐다. 특히 하천 유지수 확보, 광역 단위 대기오염 대응, 공장 난립 규제 등은 당시로서는 선제적인 제안으로 평가된다.

 

현재 일부 하천 정비와 친환경 정책이 추진됐지만, 산업화와 개발 압력 속에서 환경 보전 문제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광역 환경 협력체계 구축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환경 문제가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만큼 협력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교육 분야에서는 저출산 대응, 방과 후 돌봄, 지역 대학과의 협력, 평생교육 강화 등이 강조됐다. 특히 주5일 수업제 도입에 따른 돌봄 공백 문제와 체험형 교육 확대 필요성은 당시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현재 돌봄 정책과 교육 지원은 일정 부분 확대됐지만,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 대학 위기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지역과 대학 간 협력 체계 역시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교육 정책이 지역 정주 여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경주신문 제746호(2006년 5월 8일 발행) 4면. <사진=경주신문DB>확대
경주신문 제746호(2006년 5월 8일 발행) 4면. <사진=경주신문DB>


복지·여성·노인⋯ ‘포용 도시’의 조건 제시

복지 분야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자립생활 지원, 노인 일자리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포용적 도시’의 조건이 제시됐다. 특히 장애인 자립생활기술 훈련센터 설립과 활동보조 서비스 확대는 당시로서는 선도적인 제안이었다.

 

여성 분야에서는 정책 전담 조직 설치, 공직 내 여성 비율 확대, 보육 인프라 확충 등이 요구됐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폭력 피해 보호 체계 강화 필요성도 강조됐다.

 

노인 분야에서는 고령화에 대비한 일자리 창출과 복지시설 확충, 농어촌 노인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 제안됐다. 이는 오늘날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절실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제도화됐지만, 고령화 심화와 복지 수요 증가 속에서 정책의 양과 질 모두에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특히 복지 정책이 단순 지원을 넘어 자립과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신문 제746호(2006년 5월 8일 발행) 5면. <사진=경주신문DB>확대
경주신문 제746호(2006년 5월 8일 발행) 5면. <사진=경주신문DB>


20년의 교훈⋯“비전 없는 정책은 반복된다”

2006년 토론회는 단순한 정책 제안을 넘어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비전과 용기, 그리고 주민과 함께하는 리더십이 핵심 기준으로 제시됐다.

 

특히 “예산의 우선순위를 왜곡하는 정책은 결국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는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단기 성과에 집중한 정책은 반복되지만, 장기 비전은 쉽게 축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20년이 흐른 지금, 당시 제안의 상당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정책의 부재라기보다 실행력과 지속성의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좋은 정책은 이미 오래전에 제시됐지만, 이를 끝까지 밀고 나갈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다. 단기 성과에 머무는 정책인지, 아니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비전인지에 따라 경주의 다음 20년이 달라질 수 있다.

 

20년 전 토론회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창조성과 협치, 그리고 일관된 비전이 없다면 도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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