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은 여기에 있다. 관광객이 늘수록 도로·주차·청소·문화재 보존 비용은 고스란히 시의 부담이 된다. 그러나 관광 소비가 외지 자본의 프랜차이즈와 대형 리조트로 빠져나가면 수익은 외부로 흘러가고 비용만 시민에게 남는다.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대 주민들이 “집 앞에 주차도 못 하고 밤늦게까지 소음에 시달린다”고 호소하고, 골목에 빈 점포가 늘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이 오는 것이 곧 많이 남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세계의 관광 도시들은 이미 답을 찾기 시작했다. 인구 160만에 연 1580만명이 몰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26년 관광세를 1박 최대 15유로로 인상해 도시 유지 비용을 관광객이 분담하게 했다.
인구 대비 관광객 밀도가 바르셀로나보다 훨씬 높은 경주에 아직 이런 장치가 없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일본 교토는 숙박세 상한을 10배 올려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인프라에 직접 환류시킨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당일치기 방문객에게 최대 10유로를 부과해 머무는 관광은 환영하고 스쳐 가는 관광은 비용을 치르게 한다. 공통점은 하나다. 관광을 ‘유치’가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경주는 오는 사람들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되는 도시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설계다. 문화재 수익 현실화와 숙박·주차 연계 부담금 도입으로 관광이 재정자립도를 직접 높이게 해야 한다.
관광객 한 명을 더 받는 것보다 이미 온 관광객이 하룻밤 더 머물게 하는 체류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수익이 외지 자본이 아닌 경주의 소상공인, 농어민, 문화예술인에게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객이 경주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경주의 삶과 사람을 ‘경험’하게 될 때, 경주시도 시민도 관광객도 함께 행복한 선순환이 시작된다.
관광도시의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리다. 5000만이라는 숫자를 냉정하게 해부해 재정자립의 동력으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그 숫자에 계속 취해 있을 것인가.
경주가 보여주어야 할 것은 화려한 방문객 통계가 아니다. 현재를 스스로 경영할 수 있는 도시의 지혜다. 많이 오는 도시를 넘어, 많이 남기는 도시로. 그것이 경주가 다음 시대에 가야 할 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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