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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절경 뒤에 숨겨진 ‘교통지옥’ 30년째 해결 못한 숙제

이상욱 기자 lsw8621@hanmail.net 1726호 입력 2026/04/09 11:42 수정 2026/04/09 11:53
인파와 차량이 뒤엉킨 1996년의 기록, 지금도 반복되는 봄철 악몽


지난 5일 경주 동궁원 앞 가로수길에 벚꽃이 만개했다. 이상욱 기자확대
지난 5일 경주 동궁원 앞 가로수길에 벚꽃이 만개했다. 이상욱 기자

4월이면 경주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변모한다. 대릉원 주변과 보문단지를 수놓는 벚꽃은 해마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본격적인 관광 시즌의 포문을 연다. 그러나 그 화사한 봄빛 뒤에는 30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바로 만성적인 ‘교통지옥’이다.


1996년 4월, 경주를 멈춰 세운 봄날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6년 4월. 경주의 벚꽃 개화 시기는 그해 전년도보다 2~3일 늦어진 4월 둘째 주였다. 시내 중심가와 대릉원 주변을 시작으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벚꽃은 보문단지와 불국사 일대까지 만개하며 4월 셋째 주 절정을 맞이했다.

 

그 주말인 4월 20~21일,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경주 인터체인지를 통과한 자가용 차량만 토요일 2만3000대, 일요일 2만5000대에 달했다. 여기에 울산·포항·대구 방면에서 국도를 통해 진입한 차량까지 합산하면 하루 최고 5만대 이상의 외지 차량이 경주 시내로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추산됐다. 관광객 수는 하루 최고 15만명을 넘어섰다.

결과는 참담했다. 보문단지로 향하는 도로는 순식간에 거대한 노상 주차장으로 변했다. 분황사 입구에서 보문단지까지 불과 8km 거리를 이동하는 데 무려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정체는 낮 12시를 넘기면서 차량이 아예 움직임을 멈추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 상황은 자정이 넘도록 계속됐다.

어렵사리 도착한 관광객들을 기다린 것은 또 다른 실망이었다. 4개 특급 호텔 주차장을 포함해 보문단지 내 주차 가능 대수는 고작 4천400여 대.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 한 장만 찍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모처럼 찾은 봄 나들이가 빈손으로 끝난 셈이었다.

교통 혼잡의 여파는 인근 주민들에게도 고스란히 미쳤다. 감포·양남·양북 지역 주민들은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는 외지 차량들이 보문단지를 경유함으로써 휴일마다 일상생활이 마비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사설이 경고한 ‘근본적 해결책’⋯도로 확장은 답이 아니다


당시 본지(제275호, 1996년 4월 24일자)는 이 상황을 정면으로 다루며 강도 높은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모처럼 경주를 찾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 번 다시 오기 싫은 짜증스런 곳으로 인식되기 쉬운 하루”였다고 직격하며, 국제관광도시로서의 경주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사설이 특히 주목한 것은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었다. 당시 시 행정 당국이 교통 해소책으로 추진해 온 것은 사실상 도로 확장뿐이었다. 그러나 보문교에서 보문단지 방향으로 1200m를 확장한 지 채 1년 8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구간의 정체는 여전했다. 도로를 넓혀도 더 많은 차량이 유입되면서 효과가 상쇄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사설은 “도로 확장은 엄청난 경비와 시간 소모에 비해 수송력에 있어 효율성이 극히 저조하다”고 지적하면서, 정차시간 증가로 인한 에너지 낭비, 소음과 배기가스에 따른 공해 문제, 도시경관 훼손까지 부작용이 크다고 비판했다.


30년 전에 제시된 해법 ‘모노레일과 외곽 주차장’


사설은 대안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시 외곽에 대규모 주차장을 신설하고, 주요 관광지 이동은 모노레일 방식의 미니 관광열차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 방안의 핵심은 관광객의 자가용을 도심 외곽에서 차단하고, 대중교통 수단으로 관광지를 순환 연결하는 데 있었다. 사설은 이 방식이 ‘짧은 시간 내 탁월한 수송력과 안전성’을 갖출 뿐 아니라, 경주 시내 전체를 연계 순환함으로써 유적과 자연, 생활상을 아우르는 살아있는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순환 노선 자체를 경주만의 관광 명물로 브랜드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30년이 지나도 반복되는 봄철 풍경


문제는 이 사설의 지적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는 데 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경주의 벚꽃 명소 일대는 여전히 교통 마비 상태에 빠진다. 차량 통행 제한, 임시 주차장 운영, 셔틀버스 투입 등 단기 처방은 반복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관광객 수와 차량 대수는 1996년과 비교해 엄청나게 급증했다. 오히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의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유입 인구는 더욱 늘어난 상황이다. 관광 인프라의 양적 성장과 함께 교통 수요 분산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 병행되지 않는 한, 봄철 ‘교통지옥’은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30년 전 본지 사설이 던진 질문은 아직 답을 기다리고 있다. 경주의 봄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리려면, 이제는 진짜 답을 내놓을 때가 됐다.

1996년 4월 24일자(제275호) 2면에 벚꽃 시즌 교통난을 보도했다. 이상욱 기자확대
1996년 4월 24일자(제275호) 2면에 벚꽃 시즌 교통난을 보도했다. 이상욱 기자

다음은 본지 제275호에 보도한 사설의 원문이다.

 

경주, 획기적인 교통대책 세워야

보문관광단지에 벚꽃이 만개하여 봄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지난 21일 휴일은 날씨 또한 전형적인 봄날씨를 보인 가운데 수많은 내·외국관광객들로 인한 교통체증이 그 한계를 넘어 교통지옥 그 자체였다. 모처럼 경주를 찾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 번 다시 오기 싫은 짜증스런 곳으로 인식되기 쉬운 하루였을 것이다. 앞으로 각종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런 만성적인 교통난 해결은 최대 선결과제로 기존 방식이 아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밀려들기 시작한 인파와 차량들로 인해 보문진입로부터 서서히 정체되기 시작하여 12시를 넘어가면서 차량은 노상주차 상태로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다 일부 사람들의 끼어들기로 인한 심한 욕설과 몸싸움 때문에 차량정체를 더욱 가중시키면서,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여 국제관광도시인 경주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관광객 수는 대략 15만명, 차량대수는 5만여 대로 추산되어 기존 도로망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시행정당국이 교통난 해소를 위해 오로지 도로확장에만 매달려 왔으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상습적인 정체현상을 보여 오던 보문교에서 보문단지쪽으로 1200미터를 확장한 지 1년 8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금 그 지역의 정체현상은 아직도 여전하다. 이와 같이 늘어나는 교통량을 도로확장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도로확장은 엄청난 경비와 시간소모에 비해 수송력에 있어서 그 효율성이 극히 저조하다. 또한 정차시간의 과다로 인한 에너지낭비와 소음, 배기가스 배출에 따른 공해문제, 그리고 도시경관을 크게 해친다는 점이다. 이제는 시외곽에 대규모 주차장을 신설하여 주요 관광지로의 이동은 모노레일을 통한 미니 관광열차를 이용하도록 관광객들을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 이 방법은 짧은 시간내 탁월한 수송력과 안전성을 가지는 동시에 도시주변환경과 어울리는 차체디자인으로 도시미관 형성에도 큰 기여를 할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는 경주시 전체를 연계 순환시켜 운용함으로써 아름다운 자연과 유적, 그리고 생활상 등의 다양하고 생동감있는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경주시 입장에서도 이 코스를 지역의 명물로 부각시켜 관광상품으로 개발이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교통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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