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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든 어촌 어르신들, 자연 빛깔로 마을 이야기를 그리다

윤태희 시민 기자 1738호 입력 2026/07/03 10:13 수정 2026/07/03 10:15
감포읍 전촌리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마을예술동아리 운영

 

‘우리마을동아리(마을예술동아리)’는 전촌1리경로당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술 프로그램이다. 윤태희 시민기자확대
‘우리마을동아리(마을예술동아리)’는 전촌1리경로당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술 프로그램이다. 윤태희 시민기자
동해안 어촌마을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에 이색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랜 세월 파도와 함께 삶을 일궈온 어르신들이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 앉아 잊혀가던 기억들을 색으로 되살리고 있다.

경주시 전촌권역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우리마을동아리(마을예술동아리)’는 전촌1리경로당(회장 정임수)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술 프로그램이다.

그림일기, 자연 색채 탐구, 초상화, 패브릭 콜라주, 공예, 실 드로잉 등 총 8주 과정으로 구성되며, 단순한 취미를 넘어 주민 스스로 마을 문화를 빚어가는 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에는 2주차 프로그램 ‘자연으로 만드는 색’ 수업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나뭇잎과 꽃에 아크릴 물감을 입혀 두드리고 찍어내며 자연 고유의 형태를 캔버스에 옮겼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손길도 이내 능숙해졌고, 작업이 무르익을수록 경로당은 웃음과 이야기꽃으로 가득 찼다.

완성된 작품에 제목을 붙이는 순간은 유독 눈길을 끌었다. “그림을 보고 다 같이 정하면 되겠다”며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 어르신 곁에 조용히 다가가 함께 고민하는 손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었다. 서로를 격려하며 완성해 나가는 작은 몸짓 속에 마을 공동체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지난 1주차에 쓴 그림일기도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유리잔’이라는 제목 아래 “항상 내가 물 먹고 약 먹고, 늘 나의 동반자! 항상 고맙게 잘 쓸게”라고 적힌 짧은 글에 참가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강동기 사업담당 팀장은 “매 순간 정성을 다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며 “향후 작품 전시도 계획하고 있어 참여 열기가 더욱 뜨겁다.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흐뭇하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점차 활기를 잃어가던 전촌리에 예술이라는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붓을 든 어르신들의 눈빛에는 어린 시절의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을의 기억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다시 마을을 잇는 여정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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