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동 한 아파트 앞 산수유·은행·소나무·단풍나무가 늘어선 산책로. 야자수 매트 위에 검게 그을린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원인은 누군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였다. 불씨가 살아있는 채 매트 위에 떨어졌고, 주변을 태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현장은 주택가와 맞닿은 일상적인 보행로다. 작은 불씨 하나가 더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 그날 바람이 조금 더 강했거나, 마른 낙엽이 쌓여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담배꽁초는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로 버려진 꽁초는 건조한 풀이나 낙엽, 가연성 물질과 접촉할 경우 순식간에 불길로 번질 수 있다. 특히 고온 건조한 시기에는 위험성이 한층 높아진다.
담배 한 개비를 버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다. 그러나 그 몇 초의 부주의가 수십 년 자란 숲을 잿더미로 만들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때로는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진다. 대형 화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지목되는 원인이 바로 이 같은 사소한 부주의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이번에 발견된 탄 자국은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된 ‘다행스러운 경고’였다. 하지만 다음번에도 같은 행운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검게 그을린 매트는 말없이 묻고 있었다. “당신은 정말 불을 끄고 떠났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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