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인 지난 18일, 경주의 기온이 35.9도를 기록했다. 올해 최고기온을 경신한 것은 물론, 5월 중순 기준 역대 최고치마저 새로 쓴 수치다. 구미 34.9도, 대구 34.7도. 영남 일대가 한여름의 열기에 잠긴 듯 달아올랐고, 서울도 30도를 넘어서며 전국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5도에서 10도 가까이 높았다. 달력은 분명 5월을 가리키고 있지만, 창밖의 풍경은 이미 한여름을 닮아있다.
상층 고기압이 끌어내린 뜨겁고 건조한 공기가 강한 햇볕과 맞닿았고, 분지 지형이 많은 영남지역은 그 열기를 좀처럼 내보내지 못한 채 고스란히 머금었다. 그러나 이를 지리적 조건의 탓만으로 돌리기엔, 현실이 이미 너무 가깝고 절실하게 느껴진다.
온도계 숫자 너머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감시체계 가동 며칠 만에 누적 온열 질환자는 57명에 이르렀고, 한 분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대전에서 하루 6명이 응급실을 찾았고, 경기·전남·경북 곳곳에서도 환자 소식이 이어졌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의 일이다. 숫자 뒤에 놓인 각각의 사연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 수 없다.
폭염을 계절의 불청객 정도로 여기던 시선을 이제는 조금 달리할 필요가 있다. 5월에 체감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관측되는 오늘, 폭염은 더 이상 낯선 예외가 아니다. 기후 변화가 우리 일상의 언어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무더위 쉼터 확충, 야외 노동자 보호 기준 강화, 취약계층을 위한 촘촘한 모니터링은 지금 당장 손길이 닿아야 한다. 나아가 도시 열섬 현상 완화와 탄소 감축을 향한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 없이는, 내년의 5월도 올해보다 시원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기후는 이미 여러 차례 신호를 보내왔다. 그 목소리에 이제는 조금 더 따뜻하고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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