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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잘 지어보자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31호 입력 2026/05/14 07:35 수정 2026/05/14 07:37

 

이승미 경주 아주망확대
이승미 경주 아주망
경주에서 가장 넓은 평야가 안강에 있다. 자동차를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논이 아줌마를 맞이한다. 매년 철마다 모내기하고 벼가 자라고 수확하고. 한 해의 흐름을 이렇게 논을 보며 아줌마는 느낀다.

단 몇 줄로 끝나는 벼농사. 모내기도, 수확도 기계로 하니, 참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내기하기 전에 영양분이 많이 부족해진 땅을 가꿔야 한다. 땅을 뒤엎고 부족한 영양분을 위해 거름을 추가하기도 한다. 물을 대고 농사는 모내기를 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모내기만 하면 벼가 스스로 자랄까?

물은 부족해도 문제, 넘쳐도 문제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농부는 물의 양을 점검하기 위해 논밭을 다닌다. 논마다 상황이 다르니, 날씨 하나 믿고 가만히 있었다가는 큰코다친다. 어느 논에는 물을 더 줘야 하고, 어느 논에는 물을 빼줘야 한다. 모가 잘 자라는지, 컨디션은 괜찮은지 농부는 쉬지 않는다. 아니, 쉴 수가 없다. 모가 좀 자라서 벼 모양을 갖춰갈 때면 잡초가 자란다. 벼의 영양분을 뺏어가는 잡초는 없애야 하는데, 피라는 녀석은 모양도 벼처럼 생겨서 초보 농사꾼을 곤란하게 한다. 농부는 기계로 할 수 없는 잡초 제거를 위해 땡볕 아래서 허리를 숙이며 잡초를 뽑는다. 이런 일들이 벼의 수확을 좌우한다. 수확하는 그날까지 농부의 허리는 쉴 수가 없다. 농부의 허리 건강은 수확량과 맞바꾼다. 일 년 농사가 이렇다.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몇 해 농사일까?

일 년 벼농사가 이럴진대 지방선거는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나?

후보자들이 올린 공약들이 우는 아기 달래주는 사탕발림인지, 진짜 생각하고 내놓은 건지 우리는 확인하고 있을까? 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사람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우리는 농사꾼처럼 열심히 살펴봤나?

아줌마는 고백한다.

그렇지 못했다. 이 나이 먹도록 제대로 공약을 살피고 제대로 사람을 선택했는지 자신하지 못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르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이번에는 우리 제대로 해보자.

선거에 내놓은 공약들을 살펴보자.

농부가 튼튼한 모를 고르는 것처럼, 이양기가 모를 심은 후 구석구석 모가 심어지지 않은 곳에 모를 채워 심듯, 논에 자란 잡초를 부지런히 제거하듯, 우리가 선거 공약들을 살피고,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공약이 빠진 것은 스스로 만들어 집어넣으라고 소리 내자.

우리 지역에서 제대로 일하는 사람을 뽑자. 한 번 했던 사람들은 제대로 일을 했었는지 살펴보자. 얼굴 마담만 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닌지, 우리 지역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모르겠으면 만나서 그냥 물어보기라도 하자. 그리고 앞으로 임기 안에, 무엇에 중점을 둘 것인지, 이것만은 꼭 해내겠다는 일은 무엇인지 물어보자.

“뭐하러 선거에 나왔노? 뭐하고 싶은데, 니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뭔데?”

추상적으로 열심히 일하려고, 봉사하려고 나왔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재차 물어보자.

유권자의 입은 농부의 허리다.

우리가 입을 잘 놀리고 선거에 나온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야 농사가 잘된다. 그저 손잡아주고 인사 받아주는 유권자는 논에 물이 적은지 많은지 알지 못한다. 논 구석구석에 피가 한 움큼씩 자라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면 수확량이 줄고 농사가 망한다.

선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유권자가 많은 곳에 후보자들이 온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그냥 인사만 하지 말자. 입 바른 소리하는 후보자에 인사로만 답하는 유권자가 되지 말자. 말 한마디 못 하고 있다가 뒷말만 하는 유권자가 되지 말자. 후보자 앞에서 물어보고, 정말 하려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당선되고 일을 잘하는지, 자기 입으로 말한 일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자.

유권자는 농부다. 정치인은 농부가 사용하는 기계다. 농사를 지을 때 기계는 농사의 효율성을 높인다. 제대로 된 기계를 잘 활용해서, 농사 자알~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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