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가 다시 한번 역사의 무대 위에 선다. 2025 APEC 정상회의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경주시와 경북도는 그 성과를 미래 자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12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육부촌에서 열린 ‘세계경주포럼 문화협력 국제학술회의’는 단순한 사전 행사가 아니다. 오는 10월 개최될 ‘2026 세계경주포럼’을 향한 경주의 선언이자, 포스트 APEC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결정체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중산대학교 리시나 교수와 동국대학교 한진석 교수가 제시한 논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와 관광을 국제협력의 핵심 의제로 재정립하고, 경주·포항·울산을 잇는 광역 MICE 협력모델을 구상한 것은 경주를 단일 도시의 관광 거점이 아닌, 동북아 문화외교의 허브로 도약시키려는 전략적 구상이다.
특히 APEC을 계기로 부상한 문화·관광 협력 의제를 경주 중심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제도화하자는 제안은 지역이 국제 담론의 수용자가 아닌 생산자로 나서겠다는 자기 선언이기도 하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포럼이 지닌 잠재적 무게를 나타낸다.
행사 현장에서 펼쳐진 이희문 명창과 안은미 현대무용가의 국악·현대무용 콜라보 공연, 신라복 체험과 AI·AR 디지털 포토존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은 학술과 문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포럼의 가능성을 미리 보여줬다. 지식의 교류가 감각의 향연과 어우러질 때, 국제행사는 비로소 지역 공동체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린다. 2026 세계경주포럼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바로 여기에 있다. APEC이 남긴 국제 네트워크를 일회성 외교 자산으로 소비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협력 플랫폼으로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지역 균형발전의 관점에서도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다만 포럼의 성공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학술적 성과가 정책으로, 정책이 실질적 교류로 이어지는 치밀한 실행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세계경주포럼의 정례화 역시 콘텐츠의 깊이와 참여 주체의 다양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신라의 유산 위에 현재의 담론을 얹고, 미래의 협력을 설계하는 경주의 도전이 온전한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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