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봉황대 인근에서 50대 남성이 아무런 원한도 없는 시민을 흉기로 찔렀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단 하나, “쳐다봤다”는 것이었다. 범행을 결심한 그는 인근 상점에서 흉기를 구매하고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것은 충동이 아니라 의도였다. 계획된 폭력이었다.
불과 엿새 전, 광주에서는 귀갓길의 여고생이 낯선 20대 남성의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두 사건 사이에는 아무런 서사적 연결고리도 없다. 있다면 오직 하나, 피해자들이 아무 이유 없이 표적이 됐다는 사실뿐이다. 이 잔인한 우연이 바로 이상동기 범죄의 본질이며, 동시에 그것이 사회에 가하는 가장 깊은 상처다.
사회는 지금 이 현상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이상동기 범죄는 더 이상 드문 예외가 아니다. 사회적 고립, 반복되는 좌절, 분노의 내면화가 누적된 끝에 무고한 타인을 향해 폭발하는 이 구조는, 개인의 일탈로만 설명하기에 이미 너무 반복적이고 체계적이다. 우리 사회가 수면 아래에서 키워온 구조적 병리가 마침내 표면을 뚫고 올라오는 것일 수 있다.
경찰의 신속한 검거와 엄정한 수사는 당연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신건강 위기에 처한 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연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고립된 개인이 분노를 내면에 켜켜이 쌓아가기 전에, 사회가 먼저 그 신호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상담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사회 차원의 위기 개입 체계를 정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흉기 구매에 대한 제도적 규제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 범행 도구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범행의 문턱을 낮춘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일상이 예측 불가능한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회는 그 어떤 경제 지표나 성장 수치로도 정상이라 부를 수 없다. 안전은 권리다. 국가와 사회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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