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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기획특집 2026 경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

최희정 한국음악협회 경주지부장, “군림하는 수장 대신 모두가 오르는 무대의 든든한 배경이 되겠습니다”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30호 입력 2026/05/07 16:38 수정 2026/05/07 16:47
경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 ⑦

경주 예술계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경주지회 산하 7개 협회의 수장이 대거 교체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본지는 새롭게 출범한 각 협회 지부장들을 만나 지역 예술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사진=최희정  한국음악협회 경주지부장>확대
최희정 한국음악협회 경주지부장. <사진=한국음악협회 경주지부>

피아니스트의 두 손은 보통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머문다. 하지만 최희정 한국음악협회 경주지부장은 기꺼이 묵묵한 무대 뒤편으로 물러서기를 택했다. 텅 빈 무대 위에 동료와 후배들이 꽉 찬 화음으로 오르는 풍경, 그것이 지난 2월 취임한 최 지부장이 지휘하고 싶은 진짜 음악이기 때문이다.

최 지부장은 최근 3년간 지역 예술 행사를 지켜보며 남모를 가슴앓이를 했다. 여러 장르가 함께하는 연합 무대의 취지는 좋았지만, 정작 음악협회 회원들은 소외된 채 극소수만 무대에 서는 아쉬운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년간 “이 방향은 아니다”라고 끊임없이 외쳐왔다. 지부장으로서 그가 가장 먼저 꺼내 든 핵심 과제가 친밀감과 화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개인의 친분을 넘어 전체 회원이 서로를 깊이 알아가야만 하나의 웅장한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올해 신라문화제에서는 드디어 음악협회 전 회원이 한마음으로 참여하는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지역 예술계의 뼈아픈 현안인 청년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따뜻하지만 단호한 해법을 제시한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이나 해외로 떠나는 젊은 예술인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올해 경주예총 주최로 7개 예술 협회가 모두 참여하는 ‘청년 아트 페스타’가 새롭게 열린다. 최 지부장은 이 연합 무대에서 음악협회가 나아갈 구체적인 방향성을 추진하고 있다. 연주할 기회만 쥐여주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직접 무대 동선과 곡을 기획하고, 시니어 선배들은 멘토링으로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방식이다.

최 지부장은 “이제는 누군가 ‘알아주겠지’ 하며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시대가 아닙니다. 스스로 기획하고 관객에게 다가가는 자생력을 후배들에게 길러주고 싶습니다.”라며 진심 어린 애정을 드러냈다.

물론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예술 행사를 기획하려 해도 지자체의 지원금은 늘 턱없이 부족하고, 먹고사는 것이 먼저라는 행정의 씁쓸한 시선에 부딪히기 일쑤다. 그는 현실적인 예산 책정을 호소하는 한편, 시민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트로트에만 우리네 희로애락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클래식이 조금 낯설고 어려울 수 있지만, 들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으니 마음을 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지역 음악인들 역시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임기를 마친 뒤 어떤 지부장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군림하는 지부장이 아니라 뒤에서 묵묵히 백업해 주는 사람, 모든 회원이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튼튼한 무대를 만들어준 사람이고 싶습니다.”

훗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다시 ‘피아니스트 최희정’으로 온전히 돌아갈 때, 그는 자신의 연주에 해설을 곁들인 ‘렉처 콘서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곡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며 관객들의 눈빛이 반짝이던 순간, 그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아찔한 경험’을 영원히 곁에 두고 싶기 때문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경주 음악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최희정 지부장, 그의 손끝에서 빚어질 아름다운 앙상블이 기다려진다.

한편, 새롭게 출범한 한국음악협회 경주지부 제17대 집행부는 부지부장에 김경진·김한경, 사무국장에 심원태, 감사에 신용석·장지영, 고문에 한영준·이상진 씨로 꾸려져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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