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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의 물음, 다시 경주 앞에 서다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30호 입력 2026/05/07 15:50 수정 2026/05/07 15:50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경주시민들은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순간, 우리는 뜻밖의 거울 앞에 마주하게 된다. 꼭 20년 전, 경주신문이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최한 ‘경주시민 유권자 토론회’다. 당시 제기된 과제들은 오늘의 현실과 얼마나 달라졌는가.

그 자리에서 시민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시장 중심의 권력 구조가 예산 왜곡과 정책 편향을 낳는다는 지적, 선심성 사업과 나눠먹기식 공약이 도시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경고, 그리고 재정 부족을 핑계로 삼지 말고 창조적 아이디어로 돌파하라는 요구. 브라질 꾸리찌바의 사례를 인용하며 ‘창조적 행정’의 가능성을 역설했던 그 목소리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놀랍도록 낯설지 않다.

주민참여예산제와 주민소환제가 도입됐고, 야간관광과 체험 콘텐츠가 확대됐으며, 장애인 자립 지원과 노인 일자리 등 일부 복지제도도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은 멈추지 않았고, 지역 대학은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관광은 여전히 체류보다 관람에 머물고, 환경과 복지의 실질적 협치는 요원하다. 역사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콘텐츠 경쟁력도 아직 미완이다. 형식은 갖춰졌으되, 내용은 깊어지지 않았다.

이는 정책의 부재가 아니라 실행력과 지속성의 실패다. 좋은 설계도는 이미 오래전 그려졌다. 문제는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갈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번번이 흔들렸다는 데 있다. 단기 성과에 눈길을 빼앗긴 사이, 장기 비전은 선거철마다 새로 씌어지고 또 잊혀졌다.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왜 중요한지를, 지난 20년의 궤적이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경주의 다음 20년은 이번 선택에 달려 있다. 유권자가 물어야 할 것은 공약의 숫자가 아니라 그 방향이다. 얼마나 많은 것을 약속하는가보다, 무엇을 위해 어떤 순서로 실현할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창조성과 협치, 그리고 일관된 비전. 20년 전 토론회가 남긴 이 세 가지 기준은 지금도 흔들림 없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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