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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평천을 돌려주세요.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29호 입력 2026/04/30 11:27 수정 2026/04/30 11:29


이승미 경주 아줌마확대
이승미 경주 아줌마
아줌마가 살아온 제주도에는 강이 없다. 건천이 좀 있을 뿐, 물이 흘러내리는 강이 없다. 그런데 아줌마가 살고 있는 집에서는, 형산강의 상류인 칠평천이 내려다보인다. 몇 해 전에 준설된 산책길은 아이들과 즐겨 걷는 산책코스다. 왕복 4.2km의 코스는 아이들과 체력을 단련하는 구간이며, 칠평천을 나란히 친구로 두고 걷는 코스다. 그런데 너무 아쉬운 점은 정작 칠평천을 느끼고 마주할 공간은 없다는 것이다.

남편은 곧잘 이야기한다. 어릴 때 여름이면 라면 한 봉지 들고 나가서 칠평천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어디까지 흘러갔다가, 급히 물살이 심해지는 구간이 오기 전에 잠시 나와서 다시 떠내려가서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에야 집까지 걸어왔다고. 칠평천 다리(지금은 철거되고 없는)에서 다이빙하며 물에 둥둥 떠내려갔다는 이야기에, 아줌마가 수위가 낮은데 무슨 소리냐, 남자들 허풍이냐고 물어보면, 남편은 이야기했다. 물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고. 몇 년에 한 번씩 물이 넘쳐서 홍수도 났었다고. 아이들과 물가에 내려가서 노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남편은 인상을 썼다. 자신이 놀았던 곳에서 아이들과 놀고 싶다는 데 남편의 반응이 의외였다.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사실은 초등학교)나 다른 곳을 이야기할 때와는 아주 다른 반응이었다.

문제는 수질과 환경오염이었다. 어렸을 때는 물고기도 잡아먹고, 물에 첨벙 들어가 놀았던 곳이지만 수질이 오염되고, 환경이 오염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지하수를 이용하지 않게 되었고, 칠평천은 더 이상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 수 없었다. 어머님 댁에 지하수 수도꼭지와 일반수도가 부엌에 있었는데, 아줌마가 시집왔을 때, 시어머니는 그 수돗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이유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지나온 말들을 들어보면 ‘한 집 건너 암 환자들이 있네, 지하수가 오염이 되었네. 환경이 죽었네, 어느 공단 때문이다, 어느 회사 때문이다.’ 들려오는 말들은 많았지만, 아줌마가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래서 아줌마는 시민감시단에 들어가 보고, 행정복지센터도 내 집 드나들 듯 다녀봤다. 눈으로 확인해 보니, 소문보다는 많이 좋아진 듯하다. 하지만 깨끗하다고 자신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답할 수 없다. 일반인이 체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아줌마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칠평천을 돌려주세요.”

칠평천에서 아이들이 물놀이할 수 있고, 물고기도 잡고, 여러 조류도 관찰할 수 있도록, 칠평천을 마을 사람들에게 온전히 돌려달라는 것이다.

안강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풍산 도로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예쁜 조명까지 설치되어 사람들은 모두 사진 삼매경에 빠진다. 하지만 진짜 이곳의 매력은 낮에 있다. 칠평천에는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산다. 아줌마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고기들이다. 수질이 안 좋다는데 이럴 수는 없다. 그러니 어르신들이 걱정했던 그 시절보다는 확실히 좋아진 것은 맞다. 그래서인지 물고기를 잡아먹는 조류도 칠평천을 찾는다. 아줌마가 결혼하고 이곳에 정착했을 때부터 창가 너머 백로가 나는 모습에 흥분해서 남편에게 “달력 그림이야!” 소리쳤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백로와 왜가리는 칠평천의 터줏대감이다. 겨울이면 오리들이 오고, 밤마다 고문이나 학대에 발버둥 치는 동물인가 하며 창문을 열어 확인하게 했던 고라니는 소리만 수십 년째 듣다가 딱 한 번 산책 중에 고라니 궁둥이만 봤었다. 칠평천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아줌마는 미루어 짐작할 수도 없다.

시민들이 자연과 더불어 지낼 수 있는 칠평천을 만들어주세요.

마치 중앙분리대로 나눈 것처럼, 휴전선처럼, 강변 너머를 갈 수 없는 구조로 편도 2.1km의 산책로는 아니잖아요? 하천을 건너고, 물속을 볼 수 있고, 강변 너머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돌다리, 징검다리를 만든다면 칠평천과 사람들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환경을 중시하고, 걱정하는 사회에서 시민들이 감시하고 잘 지켜낼 수 있도록, 하천과 시민은 반드시 연결되어야 합니다.

칠평천은 시민과 함께하는 공원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형산강의 지류를 공유하고 있으면서 공단과 기업의 환경 이슈를 체크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곳을 제대로 가꾸지 못한다면, 이곳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칠평천을 아름답게 가꾸어나간다면 우리는 또 다른 자산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아줌마 눈에만 그 놀라운 모습이 보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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