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활발한 것 못지않게 대중예술과의 소통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 여러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다. 1919년 우리나라 최초로 영화가 만들어진 후,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을 필두로 본격적인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원효에 관한 영화도 해방 후 곧바로 등장했다.
최초의 영화 시나리오 『신라성사 원효』
원효와 관련된 최초의 영화에 관한 기록은 1940년대 후반(1947년 추정)에 등장한다. 영화가 만들어지지는 못했지만, 영화 제작을 위한 시도가 있었다. 그 당시 시나리오가 2013년에 발견되어 공개되었다. 조선불교중앙총무원이 기획하여 조선영화사에 제작을 위탁하였다. 시나리오는 등사본 100쪽 분량으로 전체 174개의 신(scene)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나리오 작성자는 김건으로 되어 있다. 작성된 시나리오 내용은 현담문고의 디지털아카이브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현담문고는 근현대 문학 자료를 수집·정리·보관·계승하는 의미 있는 곳이다.
영화 『원효대사』
1962년 2월 설날에 맞춰 원효가 등장하는 최초의 영화가 개봉했다. 동보영화사에서 만든 장일호 감독의 《원효대사》이다. 장일호 감독은 사극 전문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주연으로 최무룡, 김지미, 문정숙 등이 연기했다.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를 원작으로 삼았다.
영화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화랑 원효는 전쟁터에서 절친인 친구를 잃고 인생무상을 느끼며 출가하여 도력이 높은 스님이 된다. 뛰어난 인격과 풍모로 숭상을 받으며 신라여인의 흠모의 대상이 된다. 요석공주와 사랑을 맺어 아이를 낳고 번뇌에 사로잡힌 나머지 소성거사가 되어 저잣거리로 걸어 들어 대중 교화에 힘쓰는 한편 여러 저서를 남기고 열반에 든다.
영화에는 깨달음을 얻는 구도 설화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전투 장면이 많고 원효 주변 여인이 많이 등장한다. 구도보다는 러브스토리 또는 멜로 드라마에 공을 들인 영화로 여겨진다. 그 당시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기사에서도 그 내용을 봐도 알 수 있다. 《원효대사》 영화에 관한 자료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 『원효대사』
KBS 1TV에서 제작한 8부작 미니시리즈로, 아시안게임 직후인 1986년 9월 23일부터 10월 3일까지 방영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물인 듯 특집 형태로 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원작은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를 토대로 했다. 극본 김운경, 연출 최상식, 주연은 전무송과 유지인이 맡았다. 감상 포인트는 화랑 원효, 승려 원효, 사상가 원효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다루었다. 역사성과 현장성에 무게를 두고 경주와 밀양 등에서 촬영했다. 처용무와 민속놀이, 경주 용강동 고분에서 출토된 토우를 등장시킨 점이 특이하다. 종영 후 제작진들이 조계종 총무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1967년 TBC에서 드라마로 먼저 만들어졌지만, 영상자료를 찾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 속의 원효
2015년 12월 KBS 역사 저널 그날 《원효, 파계를 결심하다》 편은 원효가 해골물을 마시지 않았다는 가정하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색다른 이야기와 원효의 파계 행보에 대한 비밀을 다룬 흥미진진한 내용이다.
2018년 KBS에서 부처님오신날 특집으로 제작된 《원효, 돌아보다》는 경주 분황사에 모신 원효 소조상이 아들 설총이 절을 마치자 돌아보았다는 전설을 모티브로 시작한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까지 전해진 원효의 흔적을 발견하는 내용이다. 우수한 작품성으로 불교 언론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0년 5월 방송된 KBS 역사스페셜 《원효는 왜 파계승이 되었나》도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 방송물은 여러 대학 연구 리포트의 작성 대상이 되는 등 우리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부산 MBC 2018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원효를 만나다》 편에서는 김선아 다큐 작가가 원효를 연구하는 한국, 미국, 일본의 다양한 학자와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원효가 한국이 낳은 최고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녀는 미국 뉴욕 출신으로 『길에서 원효를 만나다』라는 책을 접한 후 원효의 사상과 철학을 알리기 위한 다큐 제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외에도 원효와 관련한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영상물이 제작된 바 있다.
연극 속의 원효
2025년 4월 연극 《원효, 화쟁의 춤》이 원효불교문화연구재단에 의해 만들어져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 무대에 올렸다. 원효대사 역은 배우 손슬기, 요석공주 역은 배우 유희리가 맡았다. 기존 불교적 이미지와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어 화제의 대상이었다. 서울, 부산, 대구, 대도시뿐만 아니라 경주를 비롯해 제주까지 전국적 순회공연이 이어졌다.
2014년에는 연극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 공연이 있었다. 독특한 두 스님 혜공과 원효가 주고받는 선문답은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또는 과거와 현재의 간격을 메꿔줄 수 있는 연극이 아니었을까. 제목에서 보듯 눈길 끄는 연극임이 분명하다. 위 작품 외에도 원효는 전국 곳곳에서 연극으로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거리 속의 원효, 대중 속의 원효
영화와 드라마, 연극에 등장하는 1400년 전의 원효를 간략하게 만나보았다. 원효의 파격적 행보와 드라마틱한 삶은 학문과 사상이 경계를 넘어 대중문화 깊숙이 자리 잡아 원효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다.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를 시작으로 문학, 영화, 연극, 오페라, 뮤지컬,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 전방위로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다. 대중 지향적 예술은 관객이나 독자 마음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중요하기에, 당대의 현실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원효 콘텐츠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반영되고 있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고 있다. 기성세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웹툰이나 장르 소설, 힙합 같은 젊은 문화 속에서도 원효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원효는 건강한 청년들과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인식 시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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