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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슈퍼맨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28호 입력 2026/04/23 10:42 수정 2026/04/23 10:44

 

박성철 교수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확대
박성철 교수 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
지금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공장 그 자체다. 마치 핸드폰을 제조하듯이 ‘신화(神話)’를 찍어내고 있다. 때마침 소셜미디어 이름도 ‘트루스소셜’인 게 아이러니하다. 진실(truth)이라니... 요 며칠 전에는 교황복을 차려입은 자신의 이미지를 올리더니 또 언젠가는 아픈 사람을 고치는 예수님으로 자신을 묘사한다. 비장한 얼굴을 한 슈퍼맨(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에 얼굴만 트럼프)은 또 어떻고. 요즘은 누구나 쉽게 AI로 이런 이미지를 만든다지만, 미국 대통령이 이런 취미가 있다면 이건 좀 다른 문제다.

 

본인을 찬양하는 이미지를 지속해서 올린다? 나 같으면 오글거릴 텐데 그는 아주 굳건하다. 비판이 전 세계로부터 쏟아지자 그는 바로 화답한다. 예수님이 눈을 감은 채 트럼프 자신을 감싸안고 있는 이미지로 말이다. 그 둘 뒤로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고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다. “신께서 트럼프 카드를 꺼내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쯤 되면 단순한 정치적 쇼맨십이라고 하기엔 뭔가 모자란 듯하다. 좌충우돌하는 듯 일관된 행동 뒤에는 분명히 의도가 있을 텐데... 트럼프의 마음 그 심연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심리학에서는 스스로를 신성한 존재로 빗대는 행위가 꼭 병리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소위 소명(calling) 의식을 동력 삼아 반전의 드라마를 써왔다. 링컨은 남북전쟁 내내 자신을 신(神)의 섭리 안에 있는 도구로 여기는 방식으로 불굴의 추진력을 발휘했다. 이를 ‘사명감형 자기 서사(messianic self-narrative)’라고 한다. 메시아라는 단어가 그렇듯 자신이 세상을 구할 존재로 인식한다. 스스로 선택된 존재로 인식하다 보니 개인적 고통은 곧 사명이 된다. 두 번의 암살 시도로부터 용케 살아났기에 트럼프는 “신이 나를 살렸다”고 굳게 믿고 있다. 소명 의식은 두려움에 맞서는 심리적 방패이며 동시에 지지자들에게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작동한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임상심리학에서는 트럼프를 자기애적 성격(narcissistic personality)이 심화된 상태라고 꼬집는다. 자기애적 성격의 핵심은 자신이 특별하고 유일하며, 그 특별함은 증명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전임자인 오바마보다 군중이 적었다는 보도에 트럼프는 정색하며 자신의 취임식이 역대 최대 인파였다고 우기는 게 그 좋은 예다. 자기애적 성향의 사람에게는 규모나 숫자가 곧 자존감이기 때문이다. 노벨상 이슈도 마찬가지다. 그는 여러 차례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타인의 평가나 추천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수상 자격을 선언(?)하는 것도 나르시시스트들의 전형적인 행동이란다.

이번 교황과의 충돌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통령 스스로) 전지전능하다는 망상이 전쟁을 부추긴다”라고 비판하자 트럼프는 외려 “내가 아니었으면 교황도 못 됐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 같은 성격은 타인의 비판을 ‘자기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지도자를 상대로 “교황이 된 게 내 덕인 줄 아쇼!” 하는 배짱만큼은 참 그답다.

그렇다면 왜 하필 예수고 슈퍼맨이었을까? 트럼프가 자신을 빗대는 두 개의 전형(典型)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예수는 박해받고, 죽고, 또 부활했다. 트럼프의 서사도 이 구조와 딱 겹친다. 두 번의 탄핵과 형사 기소, 암살 시도 등의 박해와 유사 죽음은 ‘순교의 서사’로 변환되기 좋다. 예수 이미지는 ‘희생과 부활’이라는 정치적 서사를 종교적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장치로 작동했다.

반면에 슈퍼맨은 초월적 능력의 소유자이자 누가 뭐래도 미국의 상징 아니던가. 정의, 자유. 트럼프의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는 슈퍼맨의 귀환 서사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거칠게 표현해 트럼프는 예수와 슈퍼맨을 합친 존재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들은 약자를 향해 손을 내밀고, 결코 자신의 힘을 자랑하지 않는다! 어설픈 흉내만 낼지 아니면 진짜로 거듭날지는 온전히 그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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