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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 경주, 세계인 맞이할 준비가 됐는가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28호 입력 2026/04/23 10:37 수정 2026/04/23 10:41

올해 1분기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4만4000여 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수치 이면에 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한때 중국·일본 중심이었던 방문객 구성이 인도네시아, 러시아, 미국 등으로 넓어졌고, 동부사적지와 황룡사지 일대에서는 히잡 차림의 중동 여행자와 배낭을 멘 서구의 개별 여행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관광 다변화가 통계가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지도 상승이 곧 만족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찾아온 여행자를 머물게 하고, 머문 여행자가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결국 도시가 갖춘 환대의 깊이에 달려 있다.

정책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구체적이다. 다국어 안내 체계를 단순한 번역 수준 너머로 끌어올려야 한다. 무슬림 여행자를 위한 기도 공간과 할랄 식음료 옵션, 서구 개별 여행객을 위한 대중교통 연계 정보와 디지털 결제 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 인프라다.

국적별 여행 성향에 맞춘 맞춤형 콘텐츠 발굴도 시급하다. 천년 고도의 유산을 체험하는 방식은 단체 관광버스가 아닌, 느린 걸음과 깊은 이야기 속에 있다.

시민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따뜻한 눈빛과 작은 몸짓이 여행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질적 문화와 복장을 가진 방문객을 호기심 어린 시선이 아닌 열린 태도로 맞이하는 것, 그것이 도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가장 값싸고 강력한 자산이다.

경주는 지금, 유산의 도시에서 세계가 선택하는 도시로 전환하는 임계점에 서 있다. 이 흐름을 일시적 반등으로 끝낼 것인지, 지속 가능한 국제 관광 도시의 초석으로 삼을 것인지는 정책과 시민의식이 함께 응답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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