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카페 주인의 입장은 어떨까? 그들도 단호하다. 매장 운영자들에게 카페는 근무지이자 또 다른 현실이니까. 손님이 아닌 사람들이 자기네 화장실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건 큰 문제다. 벽에 잘 지워지지 않는 낙서나 파손, 아침에 갈아놓은 휴지가 이유없이 사라진 것도 물론이다. 화장실 관리는 큰 부담이고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분명 골치 아픈 일이다. 청소 인력이며 소모품이며 수리 비용 모두 온전히 매장 운영자의 몫이다. 따라서 일정한 비용을 받겠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카페 화장실 이슈는 늘 첨예한 문제였다. 서로의 양보와 이해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카페에 들어오는 고객에게 화장실은 기본적인 생활 편의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가게 주인에게 화장실은 사적 시설이기도 하다. 내가 주문한 커피 값에는 화장실 이용도 포함된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사적으로 카페 화장실을 쓰려는 경우가 문제다. 손님(엄격히 따지면 그저 화장실이 급한 사람)도 사장님도 만족할 수 없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부딪히는 문제다. 고객이냐 점주냐? 무료냐 유료냐? 공공이냐 사적 공간이냐? 쉽지가 않다.
여기서 잠깐, 혹시 파이크 증후군(Pike Syndrome)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수조 안에 커다란 포식 물고기하고 작은 먹이 물고기를 넣고 그 사이에 유리벽을 설치한다. 유리벽에 계속 부딪히다 보면 포식 물고기는 이내 저 너머 먹잇감을 포기해 버린다. 흥미로운 장면은, 유리벽을 치워도 포식자는 더 이상 작은 물고기들을 공격하지 않더란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물리적 장벽이 사라져도 마음속 장벽은 여전히 작동 중이다. “가게 화장실은 공짜야!” 또는 “그럼 당신 집 화장실을 내가 써도 괜찮겠네?” 각자 마음속 유리벽은 논쟁을 더 격렬하게 만든다. 싸움이 격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볼일은 봐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뒤에 물러나면 화장실 이슈는 세 개의 원으로 덮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손님, 사장님 그리고 도시 내지 사회라는 원. 물고 물리는 ‘가위와 바위’만 있어서는 안 된다. ‘보자기’도 있어야 완벽한 시스템이다. 도시 관점에서 화장실은 개인의 편의시설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다. 도시를 오고 가는 시민, 관광객, 상인, 택배기사 등 수많은 사람들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페나 상점 화장실을 찾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히다. 이 순간 위에서 말했던 문제는 어김없이 발생하고. 어쩌면 공공 인프라가 담당했어야 할 역할이 사적 공간으로 흘러 들어가서 발생한 문제다. 결국 도시의 문제는 점주의 문제로, 공공의 편의는 개인의 비용으로 전가된다.
고객과 점주 사이의 갈등은 구조적으로 막지 못할 이유가 없다. 둘 사이에 도시의 공공 인프라라는 세 번째 요소를 더해보면 쉬이 갈등의 구조가 풀릴 수도 있다. 먼저 공공 화장실 네트워크를 적극 확충해야 한다. 공원이나 지하철역 안뿐 아니라 상업 지역과 관광지, 번화가에 일정 간격으로 공공 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카페 등 민간 매장과 도시가 협력하는 방식도 고려해봄직 하다. 가령 일정 기준을 충족한 카페나 식당이 화장실을 개방하면 지자체가 청소비나 소모품 비용을 지원하는 식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젠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불통만 해왔던 오랜 습관을 멈추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때다. 2000원짜리 신메뉴가 어떤 맛일지 궁금한 것은, 도시가 어떤 서비스와 역할을 제공할지 그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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