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신뢰를 악용한 범죄는 사회의 근간을 흔든다. 최근 경북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소방관 사칭 구매사기’는 그 대표적 사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기관의 권위를 빌려 사익을 취하는 행위는 단순 사기를 넘어 공동체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칭 사기 시도는 61건, 이 중 11건이 실제 피해로 이어졌고 피해액은 약 5억원에 달한다. 범행 수법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실제 소방공무원 명의를 도용하거나 위조된 공문·명함·구매확약서를 앞세워 신뢰를 확보한 뒤 선납품이나 선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경산과 상주 등지에서 수억원대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경주에서도 ‘미설치 시 과태료 부과’라는 압박성 문구로 1억8000만원대 피해가 발생했다. 행정 권한을 사칭한 이 같은 범죄는 시민과 업체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든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경주 사례는 지역 특성상 외부 점검과 거래가 잦은 현실과 맞물려 유사 범죄에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의 부주의를 넘어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경각심이 함께 필요한 이유다. 분명한 원칙도 있다. 어떠한 소방기관도 민간업체에 물품 대리구매를 요청하거나 비공식 구매확약서를 발급하지 않는다.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았다면 반드시 해당 기관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당국 역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신속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실효성 있는 예방 홍보를 병행하고 공문 진위 확인 체계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신뢰를 악용한 범죄에 단호히 대응할 때, 비로소 공동체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



홈
오피니언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