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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유산, 머무는 관광으로 완성하라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25호 입력 2026/04/02 11:50 수정 2026/04/02 11:50

천년 고도 경주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이후 5개월, 경북도 전역에서 관광 지표가 일제히 상승했다. 방문 횟수 12.8% 증가, 숙박 횟수 10.5%, 관광 소비 2조4649억원. 수치만 보면 성공이다. 그러나 통계의 이면에는 보다 냉정한 현실이 자리한다. 방문은 늘었지만 머뭄은 늘지 않았다. 외지인 평균 체류시간 증가율은 고작 2.1%에 불과했고, 경주의 숙박전환율은 17.1%로 전국 국립공원 평균(34.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불국사와 첨성대를 카메라에 담고, 황리단길을 스쳐 지나는 여행자들. 경주는 여전히 ‘통과하는 도시’에 머물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외면하기 어렵다.

세계 정상들이 걸었던 그 도시가, 하룻밤의 기억조차 남기지 못한다면 APEC의 유산은 반쪽짜리에 그친다. 국제무대에서의 위상과 관광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다. 경주가 진정한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려면, 방문객을 ‘체류객’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경북도의 ‘1시군 1호텔 프로젝트’와 1조2000억원 규모의 숙박 인프라 확충 계획은 그 방향에서 유의미하다. 안동 문화관광단지 글로벌 브랜드 호텔 유치, 보문관광단지의 야간 콘텐츠 강화, APEC 21개국을 상징하는 미디어월까지, ‘하루 더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관광객 1인의 1박 추가가 18만원의 소비를 낳는다는 분석은, 숙박전환율 제고가 단순한 관광 지표가 아닌 지역 경제의 핵심 엔진임을 알려준다.

‘동양의 다보스’를 향한 MICE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PATA 연차총회, 글로벌 CEO 써밋, 세계경주포럼 출범 등 경주를 국제회의의 항구적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은, 일회성 행사의 후광을 지속 가능한 도시브랜드로 전환하려는 현명한 선택이다.

APEC은 끝났지만, 경주의 기회는 이제 시작이다. 신라 천년의 역사가 품은 이 도시가 세계 10대 관광지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려면, 인프라와 콘텐츠, 그리고 지속적인 정책 의지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머무는 관광이 완성될 때, 비로소 경주는 세계가 다시 찾는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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