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란 전쟁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국제법을 압도(!)하는 미국의 군사력과, 그 위에 형성된 이른바 ‘까불면 다 죽는다(F**k Around Find Out)’식 트럼프식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핵시설 제거를 내세운 그의 무모한 패권의식은 전쟁에 대한 인식마저 바꾸고 있다. 이 전쟁에서는 명시적인 항복 선언이 없어도, 미국 대통령이 목표 달성을 선언하는 순간 전쟁이 끝난 것으로 간주하겠단다. 공습 작전 이름도 ‘장대한 분노(Epic Fury)’다. 이란의 신정체제를 제거하고 친미 정권으로 대체하려는 의도를 당의로 포장한 아주 노골적인 이름이다.
특히 이번 미국의 기습은 ‘AI가 주도한 최초의 공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기업 앤스로픽(모델명 클로드)과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가 작전의 전체 설계를 담당했다. 팔란티어가 이란 전역의 군사 움직임을 분석해 목표 정보를 정리하면, 클로드가 어떤 목표를 어떤 순서로 타격할지 결정하는 식이다. ‘인류의’, ‘인류 발달의’라는 인간미가 넘치는 단어를 이름(anthropic)으로 한 AI를 활용해 비인도적인 전쟁을 수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다.
모순은 전쟁의 양상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은 이란의 석유 저장 시설을 공격하는 전통적인 에너지 전쟁을 넘어, 담수화 시설까지 공격했다.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쿠웨이트(90%), 오만(86%), 사우디아라비아(70%) 등 대부분의 걸프 국가들이 바닷물을 담수화해 식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물 인프라를 공격하는 것은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 인도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제적 핵 능력 제거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전쟁은 석유와 담수화 시설 파괴를 거쳐 항구와 해상 운송 등 사회기반시설 공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 끝이 공멸(共滅)일 가능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영국 런던 템스강 인근에는 킹스칼리지 런던이라는 유명 대학이 있다. 이 대학에는 독특하게도 ‘전쟁학(War Studies)’ 학과가 있는데, 이곳에서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상 전쟁’ 실험을 진행했다. GPT(오픈AI), 클로드(앤스로픽), 제미나이(구글) 등 현재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가상 국가 지도자로 설정하고 전쟁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게 했다. 총 21회의 전쟁 상황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처럼 가짜 항복이나 기만전술도 구사할 뿐 아니라, 무더욱 놀라운 것은 거의 모든 전쟁(약 95%)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는 사실이다. AI에게 핵무기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머리는 있을지 몰라도 AI에게는 사랑이나 두려움을 담은 ‘심장’이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인공지능이 주도할 전쟁이라면 그 미래는 뻔하다. 바로 현실판 ‘죄수의 딜레마’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가령 두 명의 공범이 각각 격리된 채 심문을 받는다. 둘 다 침묵하면 형량이 가볍다. 최선의 선택이다. 한쪽이 배신하면 배신자는 풀려나고 침묵한 쪽이 중형을 받는다. 그나마 차선이다. 하지만 둘 다 배신하면 어떨까? 둘 다 중형을 받는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 상대의 선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론상 인간은 최악의 선택을 한다. 자발적으로 말이다.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핵 군비 경쟁을 벌이던 그때에도 최소한의 억지력은 작동했으니까.
하지만 AI는 공포를 느끼지 못하고, 핵전쟁이 가져올 파국도 느낄 수 없다. 핵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사람의 떨리는 눈빛과 주저함, 떨리는 목소리가 정해진 운명을 멈춰 세웠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전쟁에서는 그런 브레이크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번 전황을 지켜보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핵탄두 보유량 확대를 언급했다. 위험하고 불안정한 세계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려면 핵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함께. 지금 우리는 스스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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