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 동안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827명에 달한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통계는 숫자 너머로 묵직한 현실을 전한다. 건설업(328명)과 제조업(187명)이 전체 사망자의 절반을 훌쩍 넘기며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고, 떨어짐·끼임·부딪힘 같은 예방 가능한 유형이 사망 원인의 상위를 점령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제도적 보호망의 공백이 빚어낸 비극적 결과다.
이런 맥락에서 경주시의회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이경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주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안’이 제296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지역 단위의 안전보건 체계 구축에 첫 닻을 올렸다. 조례는 시장에게 매년 산업재해 예방대책 수립·시행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자격증 소지자 또는 현장 경력 3년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보건지킴이’를 위촉해 사업장 지도와 법규 위반 신고, 제도 개선 건의 등의 실무를 맡기도록 했다. 보호장구·안전설비 지원과 산재 근로자의 치료·재활을 위한 유관기관 협력 조항까지 포함한 이 조례는,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 안전망으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의원이 강조했듯, 경주는 제조업과 건설업 종사자가 밀집한 산업도시다. 전국 통계가 보여주는 고위험 업종의 현실이 그대로 중첩되는 지역인 만큼, 이번 조례 제정은 단순한 행정 입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이다. 안전보건지킴이가 형식적 위촉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뒷받침하는 예산과 운영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중앙정부 역시 소규모 사업장 지도 강화, 노무제공자 교통사고 예방 지원 등 후속 대책의 추진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일터의 안전은 개인의 주의가 아닌, 사회가 함께 설계한 구조로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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