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황성동, 1994년 준공된 신흥로얄맨션 아파트 단지 안에 유독 생기 넘치는 공간이 있다. 지은 지 30년이 훌쩍 넘은 낡은 건물 사이, 2012년 문을 연 ‘신흥 101동 경로당’이다. 매일 아침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건강체조 선율은 이 오래된 단지를 신축 아파트 못지않은 활기로 물들인다.
황성숲을 앞마당으로⋯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명당
어르신들은 별도의 비용 없이 사계절 내내 울창한 숲길을 거닐며 건강을 다진다. 자연이 제공하는 무료 헬스클럽인 셈이다. 여기에 아파트 바로 앞 유림초등학교를 비롯해 계림중·고등학교가 인접해 있어, 아침저녁으로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어르신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활력소가 된다.
김성후 회장은 “오래된 아파트라 조용하기만 할 것 같지만, 우수한 학군 덕분에 젊은 세대가 꾸준히 유입된다”며 “아이들을 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으니, 이곳이야말로 세대 화합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우리는 아직 청춘”⋯ 7080 세대가 만드는 역동적 공동체
신흥 101동 경로당은 2012년 4월 16일, 24명의 창립 회원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이던 회원들은 이제 대부분 70~80대가 됐지만, 경로당 안 분위기는 여전히 ‘청년회’ 그 이상이다. 회원들 스스로도 “비교적 젊은 경로당”이라 자부한다. 단순히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가 능동적이기 때문이다.
79㎡(약 24평) 남짓한 공간은 매일 새로운 배움터로 변모한다. 숲 산책과 병행하는 건강체조로 근력을 유지하고, 그림 그리기·블록 맞추기 등 창의 활동으로 뇌 건강을 다지며 치매를 예방한다. 윷놀이 같은 민속놀이는 회원 간 유대를 한층 끈끈하게 잇는 구심점이 된다.
특히 매주 방문하는 ‘행복 선생님’은 경로당 운영의 핵심 조력자다. 취미 활동 지원은 물론, 회계장부 기재와 시지회의 운영 지침 전달을 도맡아 투명하고 체계적인 경로당 문화를 뿌리내리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장이 회원으로⋯ 민관 가교가 만든 ‘화합의 리더십’
신흥 101동 경로당은 최근 또 하나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작년부터 아파트 통장이 직접 경로당 회원으로 가입하며 민관 가교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신규 회원 모집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운영에 필요한 물품 지원과 행정 처리까지 도맡아 어르신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생 구조는 단지 전체의 온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한 주민은 “어르신들이 서로 안부를 챙기고 정을 나누는 모습이 젊은 사람들에게 큰 본보기가 된다”며 “단순한 노인 시설이 아니라 우리 아파트의 품격을 높여주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전했다.
김성후 회장 “아이들 응원하는 마을의 큰 어른 되겠다”
김성후 회장은 경로당의 역할을 단순히 ‘쉬는 곳’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랑방’과 ‘지지’라는 두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우리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즐겁게 모여 서로 의지하는 따뜻한 사랑방입니다. 하지만 우리만의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등하굣길에 마주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응원하는 마을의 큰 어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의 포부는 명확하다.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모범 경로당’의 표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노년의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황성숲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이웃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손주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신흥 101동 경로당은 ‘나이 듦’이 고립이 아닌 성숙과 나눔의 과정임을 매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경주시에서 가장 건강하고 활기찬 이 공간, 신흥 101동 경로당의 문은 오늘도 정겨운 대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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