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
성은주
바다는 날마다 원고를 고친다
해변엔 마감이 없다
겹쳐 쓴 어제를 지우고 남길 것만 남기는 파도
제멋대로였던 문장은
부딪히고
눕고
다시 일어나
물결의 문법에 따라 매끈해진다
바람은 머무름과 떠남 사이에서 행을 바꾼다
불쑥
질문이 몰려들 때
줄 간격을 한 칸 더 벌려 둔다
밀물은 첫 행부터 다시 고치려 하고
썰물은 여백을 길게 남긴다
갈매기 몇 마리, 교정부호처럼 서성인다
우리의 발자국은
아직 고치지 못한 오탈로서
모난 단어들을 서로에게 던진다
오래 부딪혀 흰 포말이 솟구치고
말의 표면이 깎이고 깎여 다정해질 때
그 궤도를 따라
끝내
우리는 둥근 행성이 된다
몽돌에서 둥근 행성에 이르는 원심성
시인은 마감이 오면 문장을 다듬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고 하지만, 마감이 없는데도 겹쳐 쓴 어제를 지우고 물결의 문법에 따라 부딪히고 눕고 다시 일어나 매끈하게 자신을 다듬는 몽돌의 전생과 후생은 무엇인가?
“머무름과 떠남 사이에서 행을” 바꿔주는 바람이라거나, “밀물은 첫 행부터 다시 고치려 하고/썰물은 여백을 길게 남긴다”는 말에도, 아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더욱이 공중에서 나는 갈매기의 날개 모양을 보고 “갈매기 몇 마리, 교정부호처럼 서성인다”에서는 입체적인 시선마저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재치를 부린 듯한 이 구절 바로 뒤에 반전이 있다. “아직 고치지 못한 오탈로서/모난 단어들을 서로에게 던”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게하는 것이다.
결국 이 시는 우리들이 주고 받는 말에 대한 이야기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우리가 서로 말을 나눌 때 오래 부딪혀 흰 포말이 솟구치더라도, 우리들 “말의 표면”은 “깎이고 깍여 다정해질” 필요가 있다. 끝내 둥근 행성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몽돌에서 둥근 행성까지! 자잘한 돌멩이 같은 개인은 결국 그 자체로 둥근 행성 같은 거대한 존재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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