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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오피니언 연재 손진은 시인의 詩間

몽돌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22호 입력 2026/03/12 12:53 수정 2026/03/12 15:18

몽돌

 

                                                               성은주

 

바다는 날마다 원고를 고친다

해변엔 마감이 없다


겹쳐 쓴 어제를 지우고 남길 것만 남기는 파도


제멋대로였던 문장은

부딪히고

눕고

다시 일어나

물결의 문법에 따라 매끈해진다


바람은 머무름과 떠남 사이에서 행을 바꾼다


불쑥

질문이 몰려들 때

줄 간격을 한 칸 더 벌려 둔다


밀물은 첫 행부터 다시 고치려 하고

썰물은 여백을 길게 남긴다


갈매기 몇 마리, 교정부호처럼 서성인다

우리의 발자국은

아직 고치지 못한 오탈로서

모난 단어들을 서로에게 던진다


오래 부딪혀 흰 포말이 솟구치고

말의 표면이 깎이고 깎여 다정해질 때

그 궤도를 따라

끝내

우리는 둥근 행성이 된다

 

확대


몽돌에서 둥근 행성에 이르는 원심성



손진은 시인확대
손진은 시인
밀물과 썰물에 다른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몽돌을 동해 바닷가에서 자주 보았는데, 이런 몽돌의 생리를 날마다 자신을 고쳐나가는 생의 은유로 야무지고도 유연하게 잡아낸 한 편의 시를 만난다.

 

시인은 마감이 오면 문장을 다듬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고 하지만, 마감이 없는데도 겹쳐 쓴 어제를 지우고 물결의 문법에 따라 부딪히고 눕고 다시 일어나 매끈하게 자신을 다듬는 몽돌의 전생과 후생은 무엇인가?

 

“머무름과 떠남 사이에서 행을” 바꿔주는 바람이라거나, “밀물은 첫 행부터 다시 고치려 하고/썰물은 여백을 길게 남긴다”는 말에도, 아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더욱이 공중에서 나는 갈매기의 날개 모양을 보고 “갈매기 몇 마리, 교정부호처럼 서성인다”에서는 입체적인 시선마저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재치를 부린 듯한 이 구절 바로 뒤에 반전이 있다. “아직 고치지 못한 오탈로서/모난 단어들을 서로에게 던”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게하는 것이다.

 

결국 이 시는 우리들이 주고 받는 말에 대한 이야기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우리가 서로 말을 나눌 때 오래 부딪혀 흰 포말이 솟구치더라도, 우리들 “말의 표면”은 “깎이고 깍여 다정해질” 필요가 있다. 끝내 둥근 행성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몽돌에서 둥근 행성까지! 자잘한 돌멩이 같은 개인은 결국 그 자체로 둥근 행성 같은 거대한 존재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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