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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선거의 조건: 엄정한 법 집행과 디지털 위협 대응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22호 입력 2026/03/12 12:33 수정 2026/03/12 12:34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들의 확고한 의지와 긴밀한 협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공정선거의 토대가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이 경주선거관리위원회, 경주경찰서와 함께 선거사범 대응 체제에 돌입한 것은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할 만하다.

세 기관이 공동으로 규정한 4대 핵심 선거사범(허위사실 유포와 흑색선전, 금품 수수, 공무원·단체의 선거 개입, 선거 관련 폭력 행위)은 어느 선거에서나 반복돼 온 고질적 병폐다. 이를 근절하겠다는 다짐 또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24시간 비상연락망 구축과 초동 단계부터의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는 그 실천을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대책회의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허위정보 문제를 핵심 과제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기술의 진보는 선거 환경에도 새로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정교하게 합성된 영상 하나, 교묘하게 조작된 음성 클립 하나가 순식간에 수십만명의 인식을 뒤흔들 수 있는 시대다. 여론을 왜곡하고 민심을 교란하는 디지털 가짜뉴스는 기존의 흑색선전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이러한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없다면, 아무리 촘촘한 수사망을 갖추더라도 사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물론 엄정한 수사 의지만큼이나 중요한 원칙이 있다. 바로 정치적 중립이다. 수사 기관이 특정 진영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동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그 자체로 선거의 공정성은 흔들린다. 이번 대책에 피의사실 유출 차단과 제보자 보호 방침이 명시된 것은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선거일 이후 공소시효 만료 시점인 12월까지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 역시 사후 면죄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로 읽힌다.

깨끗한 선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법 집행 기관의 철저한 준비, 유권자의 비판적 정보 수용, 그리고 후보자들의 자정 노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디지털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장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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