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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해빙기, 잠시 멈춰 돌아볼 때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22호 입력 2026/03/12 12:31 수정 2026/03/12 12:33

겨울이 물러가고 봄기운이 완연해질 즈음, 사람들은 움츠렸던 몸을 펴고 산과 들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어붙었던 강과 들에도 생기가 돈다. 그러나 자연은 따뜻한 얼굴 뒤에 조용한 위험을 품고 있다. 얼음이 녹는 해빙기는 한 해 중 가장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지만,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는다.

경북소방본부가 최근 공개한 통계는 이를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일깨운다. 최근 3년간 해빙기 수난사고 구조 출동은 연평균 112건에 이르렀고 매년 8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산악사고 역시 연평균 214건이 발생해 사망 9명을 포함한 76명의 인명피해가 뒤따랐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각각의 수치 뒤에는 되돌릴 수 없는 사연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이 있다. 사고는 대개 방심한 순간, ‘괜찮겠지’라는 안이함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빙기의 위험은 무엇보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겉보기엔 단단한 저수지의 얼음도 내부에서는 이미 균열이 번졌을 수 있고, 평온해 보이는 등산로 아래 지반 역시 동결과 해빙을 거치며 낙석과 미끄러짐의 위험을 키운다.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한 급경사지와 옹벽, 석축도 겉모습과 달리 균열이나 지반 침하가 진행 중일 수 있다. 일교차가 클수록 이러한 취약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점에서 경주시가 4월까지 산사태 취약지역과 급경사지·옹벽 등 25곳을 대상으로 집중 안전점검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조치다. 위험 징후 발견 시 즉각 보수·보강과 통행 제한에 나서겠다는 선제 대응 역시 필요한 행정의 모습이다.

그러나 안전은 제도와 점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출발 전 기상 확인, 등산로 상태 점검 같은 작은 습관이 모여 비로소 안전한 봄을 만든다. 봄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계절이다. 그 설렘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해빙기만큼은 한 걸음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심스럽게 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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