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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동 밋업커피하우스, 청년이 그리는 문화 살롱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17호 입력 2026/01/29 16:26 수정 2026/01/29 16:51
전시·공연·다문화 교류가 어우러지는 공간


밋업커피하우스 신근용 대표. 오선아 기자확대
밋업커피하우스 신근용 대표. 오선아 기자

2022년 12월, 당시 스물다섯살이던 신근용(29) 씨는 성건동에 작은 카페를 열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그는 아버지의 병환을 계기로 인생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프로그래밍을 해보니 적성에 맞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람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함께하는 게 무척 행복했어요.”

동국대학교를 다니던 그는 졸업을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경주에 터전을 잡고 살려면, 제가 즐거워야 하고 지속 가능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밋업커피하우스(MEET UP COFFEEHOUSE)라는 이름에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형식적인 만남이 아닌 가벼운 만남을 뜻하는 MEET UP, 그리고 17~18세기 서유럽에서 사교의 중심이 되었던 COFFEEHOUSE를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다.

“커피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을 꾸리고 싶었습니다.”

성건동 북문로에 자리한 이곳은 핸드드립 전문 카페이자, 전시와 공연, 다문화 교류를 함께 향유하는 문화 살롱으로 자리하고 있다.

커피는 경주 성건동의 얀카페에서 배웠다. 경주의 유일한 SCA 바리스타 자격증도 그곳에서 취득했다.

“경주에서 활동하시는 분께 배우고 싶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의지하며 교류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선배를 믿고 따르는 것, 그것이 신근용 씨의 방식이다.

 

2022년 12월, 당시 스물다섯살이던 신근용(29) 씨는 성건동에 작은 카페를 열었다. <사진=밋업커피하우스>확대
2022년 12월, 당시 스물다섯살이던 신근용(29) 씨는 성건동에 작은 카페를 열었다. <사진=밋업커피하우스>


성건동에서 함께 가는 법


“성건동은 지역민들에게도 낯선 동네예요. 모교인 흥무초등학교도 이제는 다문화 학생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아직 서로를 온전히 마주 보지 못해도 같은 방향을 향한 믿음으로 걸음을 옮길 때라고.”

 

밋업은 자연히 다문화 교류의 장이 됐다. 외국인 손님들이 편하게 드나들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데워진다.

“처음엔 지나가다 들르셨는데, 몇 번 오시다 보니 단골이 되시더라고요. 공간을 좋아해 주시는 게 느껴져요. 이웃이 되면 더욱 다채로운 삶이 되겠죠.”

첫 문화 프로그램은 2023년 초, 우수분식과 함께한 떡볶이 팝업이었다. 비영리단체 드림웨이소셜과 협업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고려인, 다문화 청소년이 함께하는 행사를 기획했고, 수익금 일부를 기부했다.

“정체성을 다져준 첫 번째 행사였어요. 작은 실천이지만 변화하는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3~4회차까지 이어졌고, 이후 다양한 형태의 협업으로 확장됐다.
 

밋업은 자연히 다문화 교류의 장이 됐다. 외국인 손님들이 편하게 드나들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데워진다. <사진=밋업커피하우스>확대
밋업은 자연히 다문화 교류의 장이 됐다. 외국인 손님들이 편하게 드나들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데워진다. <사진=밋업커피하우스>


콘텐츠가 주는 힘


이후 이고숨 심리상담소의 뮤직테라피, 드림웨이소셜의 음악 콘서트 ‘사랑과 통합’, 러시아어·한국어 언어교환 프로그램 ‘RuKoLa’, 희제공방과의 협업 ‘추억을 누비다’까지 프로그램은 점점 다채로워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한국이집트학연구소 곽민수 소장의 토크쇼 ‘파라오의 저주’였다.

“매체와 학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분이 오시니까, 성건동에 외부 사람들이 몰려들더라고요. 콘텐츠가 가진 힘이 정말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대구의 출장 타코 서비스, 서울의 DJ와 싱어송라이터까지 함께한 3주년 하우스 파티도 같은 맥락이었다.

“문화의 턱을 낮추고, 편견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고 행복해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고숨 심리상담소의 뮤직테라피, 드림웨이소셜의 음악 콘서트 ‘사랑과 통합’, 러시아어·한국어 언어교환 프로그램 ‘RuKoLa’, 희제공방과의 협업 ‘추억을 누비다’, 한국이집트학연구소 곽민수 소장의 토크쇼 ‘파라오의 저주’까지 프로그램은 점점 다채로워졌다. <사진=밋업커피하우스>확대
이고숨 심리상담소의 뮤직테라피, 드림웨이소셜의 음악 콘서트 ‘사랑과 통합’, 러시아어·한국어 언어교환 프로그램 ‘RuKoLa’, 희제공방과의 협업 ‘추억을 누비다’, 한국이집트학연구소 곽민수 소장의 토크쇼 ‘파라오의 저주’까지 프로그램은 점점 다채로워졌다. <사진=밋업커피하우스>


회사 밖의 사람들을 만나는 곳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경주시청년센터의 ‘꿈이음 청춘카페’로 선정되며 청년 지원 거점으로도 자리 잡았다.

 

“인구 유출이 심한 지방 도시의 현실을 몸소 체감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지역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고, 경주가 청년들이 머물고 사랑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현재는 동국대 WISE캠퍼스 졸업생 청년 작가 변채리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학생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작가와 ‘예술의 문턱을 낮추자’는 생각을 공유하며 만든 전시다.

“카페는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전시장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예술을 마주하는 경험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의외로 소박하다.

“직장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회사에선 늘 비슷한 사람만 만나는데, 여기 오면 피아니스트도 만나고 작가도 만나서 친구가 된다고. 회사 밖의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이 고맙다고요. 그 말이 저도 참 고마웠어요.”

그는 조금 더 느슨하고, 누구에게나 일상의 즐거움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을 지속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커피는 카페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커피가 맛있는 건 기본이고, 그 다음에 무엇을 더 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실현해 나가는 게 밋업이 지향하는 방향이에요.”

3년간 수많은 협업을 거치며 그가 배운 것은 ‘함께 만들어가는 법’이었다.

“협업은 계속 조율하는 과정 같아요. 한 걸음 양보하면 거기서 더 큰 걸 얻게 되더라고요. 좋은 경험이든, 아쉬운 경험이든 다 배움이라 믿습니다.”

그는 아직도 배우는 단계라고 말한다.

“지금은 쌓아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더 나은 기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평소 시간을 내어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마음에 담아온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감각과 경험을 경주에 어떻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는 지금도 여행을 계획하고, 동시에 이곳에서의 일상을 꿈꾼다.

올해는 해외 재즈 피아니스트 공연, 작가와의 북토크, 다문화 청소년 프로그램, 대학교 협력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함께할 수 있는 분들을 더 만나고 싶어요. 당장의 수익보다, 의미 있는 일을 같이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스물다섯에 시작해 이제 스물아홉이 된 청년. 성건동의 작은 카페는 오늘도 커피 한 잔으로 사람을 모으고, 그 만남 속에서 여행이 들여온 세계와 동네의 일상을 조심스럽게 이어 붙이며, 일상의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천천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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