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유심히 봅니다.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웃는 모습,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들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거창한 정책보다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이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을 행복해하고 있느냐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황영애 경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지난 15일 본지와의 신년 대담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교육자로서, 또 어머니로서 학교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시종일관 따뜻했다. 2026년 새해 경주 교육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황 교육장은 ‘아이들의 행복’과 ‘삶을 살아갈 힘, 자생력’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이야기는 책상 위 정책이 아니라 교실과 복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출발했다.
느리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공부
황 교육장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회복이다. 그녀는 “미국 학생들은 계산기를 쓰면서도 문제 해결의 과정을 스스로 탐구하는 반면, 우리 아이들은 정답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에 익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중학교 때는 성적이 잘 나오지만,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 누군가의 도움이 사라지면 쉽게 흔들리는 모습도 이러한 학습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2025년부터 도입돼 올해 적용 과목이 확대되는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서도 분명한 교육 철학을 밝혔다. “AI가 지식을 찾아주고 상담까지 해주는 시대지만, 교육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눈을 맞추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AI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인간의 사고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 그리고 디지털 윤리와 인성 교육이 함께 가야 합니다.”
황 교육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교과서 밖 배움의 가치를 조용히 전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부모님을 도와 동생을 돌보고 여러 가지 집안일을 맡아 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언니, 오빠들과 함께 마을 청소를 하고 길가에 꽃을 심고 가꾸는 등 마을 정화 활동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했지요. 그 과정에서 책임감과 협동,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소중한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AI나 사교육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 보며 성장할 수 있는 ‘작은 결핍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 돌봄·교육의 안착, 그리고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교육”
올해 경주 교육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초등 돌봄·교육의 안정적 정착이다. 기존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가 체계적으로 통합되면서 지원의 폭과 대상도 한층 넓어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방과후학교 1강좌를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황 교육장은 “예산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강사 확보가 어려운 읍·면 지역 소규모 학교 등을 위해 교육청 학교지원센터가 직접 인력 채용을 전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역시 아이를 키워본 부모로서,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믿음만큼 큰 안심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지역과 학교 여건에 따른 격차 없이 정책의 혜택이 아이들에게 고르게 닿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다문화 학생 교육에 대해서는 ‘위기’가 아닌 ‘가능성’이라는 시각을 강조했다. 황 교육장은 “다문화 학생이 많아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저는 오히려 이중언어가 가능한 이 아이들이야말로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주교육지원청은 지난해 국회의원과 협력해 다문화·비다문화 학생 32명을 선발, 2박 3일간 국회의사당 체험을 운영했다. 올해는 그 대상을 중학생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다문화 거점 학교인 흥무초등학교 등에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이고, 한국어 교육과 심리 상담 인력을 대폭 지원했다.
APEC·K-에듀 엑스포, 경주 전역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와 K-에듀 엑스포는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배움의 장이었다. 교육청은 당시 많은 버스를 지원해 관내 대부분의 학교 학생들이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황 교육장은 “아이들이 도로가 정비되고 현수막이 걸리는 도시의 변화를 직접 보면서, ‘내가 사는 경주가 세계와 연결된 도시’라는 자긍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처럼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교육이 아이들의 시야를 넓힌다”고 말했다.
3월 개교 화천초 ‘안전과 환경’ 최우선 점검
오는 3월 1일 신경주역세권에 문을 여는 화천초등학교(초등 14학급, 유치원 3학급)에 대해서도 준비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신도시 아파트 입주에 따른 학생 수 변동 우려에 대해 황 교육장은 “도시 정비 계획과 학교 개교에 따라 학생 수는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이라며 “여유 교실은 방과후학교 운영이나 다양한 교육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 오히려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설유치원 역시 후보자가 생길 만큼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황 교육장은 “최근 직접 현장을 둘러본 결과, 새 건물임에도 페인트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며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새집증후군과 안전 문제를 직접 확인했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충분히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교육청 자체 예산을 투입해 월성중, 문화중, 문화고를 IB(국제 바칼로레아) 관심학교로 지정·지원하는 등 공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엄마의 마음으로, 선배의 마음으로 듣겠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황 교육장은 현장에서 애쓰는 교직원과 학부모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마음껏 꿈꾸고 도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선생님들께서도 보람과 자긍심을 안고 교단에 설 수 있기를 늘 응원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부족하거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언제든 교육장실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엄마의 마음으로, 선배의 마음으로 귀 기울이며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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