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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과 봉사로 피어나는 ‘노년의 행복’

최진열 기자 1715호 입력 2026/01/15 13:30 수정 2026/01/15 17:31
우리 경로당이 최고야 [16] 월성동 '후곡경로당'
봉사와 나눔으로 마을 품격 높여

 


경주시가 지정한 ‘모범경로당’인 후곡경로당은 73명의 회원이 건강 프로그램과 자원봉사 활동을 병행하며 노년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있다. <사진=월성동 후곡경로당>확대
경주시가 지정한 ‘모범경로당’인 후곡경로당은 73명의 회원이 건강 프로그램과 자원봉사 활동을 병행하며 노년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있다. 최진열 기자

경주시 월성동 9통 후곡마을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경주시가 지정한 ‘모범경로당’인 이곳은 73명의 회원이 건강 프로그램과 자원봉사 활동을 병행하며 노년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있다.

 

110세대 222명이 거주하는 월성동 9통은 장곡과 후곡 두 자연부락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경주시내의 활기와 불국사의 고즈넉함 사이,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 이곳은 도시와 전원의 조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후곡 봉사단 단원들이 꽃길 가꾸고 있다. <사진=월성동 후곡경로당>확대
후곡 봉사단 단원들이 꽃길 가꾸고 있다. 최진열 기자

특히 후곡마을은 영일정씨 포은공파 집성촌으로, 전체 가구의 40%가량이 정씨 성을 가진 씨족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수백 년 이어온 씨족 공동체의 전통은 마을의 화목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웃 간 정이 깊고 예의를 중시하는 가풍 덕분에 후곡마을은 인근에서 ‘유서 깊고 예절 바른 마을’로 통한다. 경로당은 이러한 마을 정신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윤상호 후곡경로당 회장 <사진=월성동 후곡경로당>확대
윤상호 후곡경로당 회장. 최진열 기자

윤상호 후곡경로당 회장<사진>은 “회원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참여도도 높다”며 “회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덕분에 운영에 어려움이 없고, 경로당에 오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마을 유지들과 자손들은 어르신들을 위해 기꺼이 후원금을 내놓고, 경로당은 이 소중한 마음을 모아 회원들에게 따뜻한 점심 식사와 간식을 정성껏 제공하며 대가족의 정을 나누고 있다. 투명한 운영과 체계적인 관리로 경주시로부터 모범경로당으로 지정받은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건강·여행·봉사…활력 넘치는 일상


후곡경로당의 하루는 다채롭다. ‘행복선생님’과 함께하는 걷기와 요가 프로그램이 매일 진행되며, 농사일로 굽은 허리와 뻣뻣해진 관절을 달래는 시간을 갖는다.


회원들은 매년 두 차례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전국 각지로 단체 여행을 떠난다. 평생 일궈온 논밭을 잠시 뒤로하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회원 간 단합을 다지고 노년의 고독을 씻어내는 소중한 시간이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 이들의 모습에서 ‘활동적 노년’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경로당 회원들이 마을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월성동 후곡경로당>확대
경로당 회원들이 마을회의를 하고 있다. 최진열 기자

정원화 후곡자원봉사단장 <사진=월성동 후곡경로당>확대
정원화 후곡자원봉사단장. 최진열 기자

무엇보다 후곡경로당의 백미는 ‘후곡노인자원봉사단’이다. 어르신들은 대접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빗자루를 들고 마을 환경 정비에 나섰다.

 

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봉사활동으로 마을 풍경이 달라졌다. 봉사단원들이 힘을 합쳐 꽃길을 조성하자 마을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고, 길거리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었다. 마을 전체가 깨끗해지며 ‘범죄 없는 화목한 마을’이라는 평가까지 얻었다.

 

정원화 후곡자원봉사단 단장<사진>은 “봉사활동을 시작한 뒤 회원들 표정이 눈에 띄게 젊어졌다”며 “‘할 일 있는 노후’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관계자들의 적극적 지원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환경정비를 생활화해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아름다운 후곡의 이미지를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깨끗한 시설 관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외부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원들의 자긍심 또한 대단해 경로당 운영 전반에서 주인의식이 돋보인다.


후곡경로당 회원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월성동 후곡경로당>확대
후곡경로당 회원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최진열 기자


젊은 통장의 떡국 대접…세대 잇는 효의 미덕


마을 어르신들이 봉사에 앞장서자 젊은 리더도 화답했다. 지난 11일 정성훈 월성동 9통 통장<사진>은 2026년 새해를 맞아 자비로 떡국을 준비해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대접했다.

 

정성훈 통장 <사진=월성동 후곡경로당>확대
정성훈 통장. 최진열 기자

통장 경력 4년 차인 정 통장은 명절 때마다 어르신들을 극진히 대접해온 ‘효자 통장’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정 통장은 “통장의 역할은 거창한 게 아니라 마을 어른들이 편안하고 활기차게 노후를 보내시도록 묵묵히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통장의 진심 어린 예우는 경로당 회원들에게 큰 감동을 주며 마을 공동체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고 있다.


전통과 현대 조화…노인 공동체의 미래상


후곡경로당은 유서 깊은 씨족 사회의 전통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자원봉사와 건강 프로그램이라는 현대적 활동을 조화롭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존중과 배려가 일상이 된 회원들, 마을을 위해 땀 흘리는 봉사단, 그들을 지극정성으로 섬기는 젊은 리더가 있는 후곡마을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노인 공동체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후곡경로당 회원들이 함께 점심을 나누고 있다. <사진=월성동 후곡경로당>확대
후곡경로당 회원들이 함께 점심을 나누고 있다. 최진열 기자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은 숫자가 아닌 서로를 향한 따뜻한 눈빛과 깨끗해진 꽃길에서 피어나고 있다. 오늘도 후곡경로당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그 문 안에는 노년이 ‘저무는 해’가 아니라, ‘익어가는 열매’처럼 달콤하고 풍성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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