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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형님부터 꽃청춘 동생까지’ 웃음꽃 피는 경로당

최진열 기자 1719호 입력 2026/02/12 14:25 수정 2026/02/12 17:04
우리 경로당이 최고야[20] 양남면 상계리 경로당
체계적 공동체 운영으로 '살고 싶은 마을' 선도


경주시 양남면 중심부 대하천 인근에 자리한 상계리가 노인복지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진열 기자확대
경주시 양남면 중심부 대하천 인근에 자리한 상계리가 노인복지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진열 기자

경주시 양남면 중심부 대하천 인근에 자리한 상계리가 노인복지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화림·양지·서왕 등 3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진 이 마을은 139가구 238명이 거주하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23명에 달한다. 특히 90세 이상 어르신이 7명이나 되는데, 이들이 매일 경로당에 나와 70~80대 ‘동생들(?)’과 어울리며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어 화제다.

상계리 경로당이 색칠하기에 삼매경에 빠졌다. 최진열 기자확대
상계리 경로당이 색칠하기에 삼매경에 빠졌다. 최진열 기자


석탈해왕 본거지 전설 간직한 명당 마을


상계리는 ‘위쪽 개울가’라는 뜻으로 예부터 상계 또는 상대로 불렸다. 이 중 서왕리는 신라 석탈해왕이 세력을 키운 본거지로 전해지는 곳으로, 원래 ‘석왕리(昔王里)’로 불렸으나 왕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 송구하다 하여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울창한 숲이 아름다운 화림마을, 하루 종일 햇살이 머무는 양지마을, 왕의 기운을 품은 서왕마을 어르신들이 모이는 상계리 경로당은 양남면에서 손꼽히는 노인복지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90세가 막내 걱정” 나이를 뛰어넘는 세대 공감



임문규 회장은 어르신 개개인의 안부를 세심히 살피며 경로당 운영의 기틀을 다졌다. 최진열 기자확대
임문규 회장은 어르신 개개인의 안부를 세심히 살피며 경로당 운영의 기틀을 다졌다. 최진열 기자
상계리 경로당의 가장 큰 특징은 연령대를 초월한 어르신들의 열정이다. 90세 넘은 어르신들이 매일 경로당으로 ‘출근’하며, 이들 눈에 70~80대는 귀여운 ‘동생’으로 비친다. “어이, 동생! 오늘 반찬은 뭔가?” 같은 정겨운 농담이 오가며 세대 간 우애가 돈독하다.

 

이 같은 활기찬 분위기 조성에는 임문규 노인회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임 회장은 어르신 개개인의 안부를 세심히 살피며 경로당 운영의 기틀을 다졌다.

여기에 김영백 이장의 체계적인 행정력이 더해졌다. 김 이장은 거동이 불편해 경로당 방문이 어려운 윗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토담을 쌓아 쉼터를 조성했다. “내 마을 어르신 중 소외되는 분이 단 한 명도 없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인근 마을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수경 부녀회장 손맛에 ‘행복 선생님’ 프로그램 더해져


상계리 경로당이 양남면에서 ‘맛있는 경로당’으로 소문난 데는 이수경 부녀회장의 헌신이 컸다. 매일 수십 명 어르신 식사를 준비하는 그는 늘 웃는 얼굴로 잔칫상을 차려낸다. 마을 주민들은 “미모도 빛나지만 손맛과 마음씨는 더 빛난다”고 입을 모은다.

 

정성 가득한 식사는 어르신들에게 영양 공급을 넘어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여기에 ‘행복 선생님’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경로당의 품격을 높였다. 신체활동을 통한 관절 건강과 근력 향상, 치매 예방을 위한 정서안정 교육, 웃음치료 등이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과거 단순히 TV 시청이나 담소의 공간이었던 경로당이 이제는 배움과 건강증진의 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어르신들은 “행복 선생님 오는 날만 기다려진다”며 아이처럼 좋아한다는 전언이다.


상계리 경로당 어르신들이 건강체조를 하고 있다. 최진열 기자확대
상계리 경로당 어르신들이 건강체조를 하고 있다. 최진열 기자


경로당 앞 보건지소, 실시간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


상계리 경로당의 또 다른 강점은 건강 접근성이다. 경로당 바로 앞에 위치한 보건지소에서 수시로 어르신들의 혈압·혈당을 체크하고 건강상담을 진행한다.

 

멀리 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전문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

임문규 회장은 “각자의 역할이 작은 경로당에서 완벽하게 펼쳐지니 더 바랄 게 없다”고 밝혔다.
 

상계리 경로당은 회계자료를 투명하게 정리하고 있다. 최진열 기자확대
상계리 경로당은 회계자료를 투명하게 정리하고 있다. 최진열 기자


‘사람’이 최고 자산, 청수폭포·당수나무보다 귀한


상계리에는 가리의골, 꼬약나뭇골, 지통골 등 정겨운 지명이 많다.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는 청수폭포와 마을을 지키는 당수나무, 시원하게 펼쳐진 저수지도 마을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계리의 가장 큰 보물은 ‘사람’이다.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와 마을 단체들이 협력해 자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경로당을 운영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공동체 문화가 뿌리 깊게 정착됐다.

특히 임문규 회장 취임 이후 부인 김귀례 씨와 함께 어르신을 섬기는 봉사 정신이 마을 전체로 확산되며 경로당 분위기가 한층 화목해졌다는 평가다.

인정 넘치는 사람 냄새가 가득하고, 90세 어르신이 행복하게 웃으며 내일을 기다리는 곳.

상계리 경로당은 단순한 노인복지시설을 넘어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모여 만든 ‘거대한 가족의 거실’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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