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말등대는 1933년 처음 불을 밝힌 뒤, 무인등대를 거쳐, 2001년에는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본뜬 한옥 양식으로 다시 세워졌다. 그리고 지금, 이 등대는 또 한 번의 변신을 맞이했다. 배들의 항로를 밝히던 등불에서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비추는 문화의 빛으로. 등대 옆으로 들어서면, 작은 전시관 하나가 기다린다.
이름하여 송대말등대 빛 체험 전시관. 국내 최초의 디지털 헤리티지 아트 체험관이라는 수식어보다 먼저 다가오는 건 바다 끝에서 마주하는 낯선 환상감이다. 좁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빛으로 짜인 다섯 개의 세계, 열세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층-빛, 100년을 비추다
첫 전시는 감포항과 등대의 100년을 돌아본다. 그래픽 사이니지로 감포항의 이름과 유래를 살피고, 미디어 테이블에서는 동해의 주요 어종이 손끝에서 살아 움직인다. 아이들이 터치할 때마다 물결이 번져나가며 감포의 바다를 체험하게 한다.
영상 속에는 근대 감포의 풍경이 되살아나고, 일제강점기 남겨진 목조 가옥이 화면 뒤로 스쳐 간다.
또한 송대말등대의 변천사가 터치월에 따라 펼쳐지고, 마지막에는 천년의 풍경이 바다 위로 이어진다.
2층-빛, 천년을 잇다
계단을 오르면 신라의 바다가 기다린다. 동해구의 파도길이 바닥에 펼쳐지고, 구조물 위에는 감은사·문무대왕릉·이견대가 차례로 나타난다. 몰입형 영상 속에서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그 속에서 문무왕의 영혼이 호국룡으로 빛을 발한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송대말, 호국의 빛이라는 이름으로 왕의 정신을 담은 설치물이 놓여 있고, 한쪽에는 송대말등대의 특징과 역할을 정리한 패널이 있다. 바닷바람 대신 빛이 일렁이는 전시장에서 우리는 다시 천년의 시간을 걷게되는 것이다.
다음 방에서는 빛의 계단이 관람객의 발길을 이끈다. 옆에는 빛의 시그널이라는 아트 조명이 설치돼 있다. 등대 불빛의 굴절과 반사 원리를 바탕으로 사방으로 빛을 퍼뜨리며, 마치 파도를 뚫고 나아가는 등대 불빛의 장관을 재현한다. 또한 등대의 본래 역할을 몸소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빛으로 여는 바닷길이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관람객은 직접 등명기를 돌려본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벽면 영상 속 파도가 따라 출렁이며, 감포 바다가 불빛과 함께 되살아난다.
마지막은 미래를 비추는 공간이다. 포토 부스에서 찍은 사진이 영상 속 무한한 빛의 공간에 반사되며, 관람객은 스스로 하나의 별이 된다.
별관 한쪽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볼풀 미디어 체험존이 마련돼 있어, 몸으로 뛰놀며 빛의 파편을 만날 수 있다. 이 순간 등대는 바다 위 건물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다시 불을 밝히는 상징이 된다.
송대말등대 전시관은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짧은 관람 속에서도 감포의 바다, 신라의 역사, 오늘의 우리가 함께 담긴다.
피서객이라면 바다에 들어가기 전, 혹은 물놀이를 마치고 정리한 뒤 들러보면 좋다. 젖은 옷차림으로는 입장이 어렵지만, 준비된 마음으로 들어서면 새로운 빛의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경주 신문화공간을 찾아서, 마치며
그동안 관광객들에겐 익숙했지만 정작 지역민들에겐 낯설었던 열 곳의 공간을 소개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오래된 기억과 새로운 문화를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문화는 누군가의 손길로 가꾸어지고 발길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난다. 경주시민들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관심을 기울일 때, 경주의 문화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새롭게 피어날 것이다.
[관람정보]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감포로 226-19 (송대말등대)
-운영시간: 화요일, 일요일 10:00~ 18:00(입장 마감 17:00, 12:00~13:00 휴게시간)
-휴관일: 매주 월요일
-입장료: 무료(사전 예약 없이 자유 관람 가능)
-전시 구성: 5개 존, 13개 콘텐츠
-이용 팁: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인근에 주차 후 도보 이동 권장. 물놀이 후 젖은 옷차림으로는 입장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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