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홈 홈 오피니언 사설

사용후핵연료, 책임과 지원은 함께 가야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51호 입력 2026/10/22 11:04 수정 2026/10/22 11:05

경주시를 비롯한 원전 소재 5개 지방자치단체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에 공동 건의서를 냈다.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설치·운영에 따른 지역의 장기적 부담에 상응하는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경주, 부산 기장, 울산 울주, 전남 영광, 경북 울진이 한목소리를 낸 데에는 더 미룰 수 없는 현실이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어느 한 정권의 과제가 아니다. 원전을 가동해 온 지난 수십 년간 쌓인 폐기물이 각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을 향해 가고 있다.

영구처분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장시설의 증설이나 신설은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됐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원전 소재 지역이 떠안는다. 이들 지역은 오랜 세월 국가 에너지정책의 최전선에서 전력 공급을 뒷받침해 왔다. 그 혜택은 전국이 누렸으나 위험과 불안은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이번 건의가 주목되는 것은 요구의 방향이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자체들은 저장시설 추진 과정에 지역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대책과 제도 개선을 병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의 공정성과 보상의 실효성을 묻는 것이다. 최혁준 경주시 부시장이 말한 대로 정책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과 공정한 절차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이는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는 최소한의 전제이기도 하다.

정부와 관리위원회가 경계해야 할 것은 형식적 지원이다. 예산 몇 줄을 덧붙이는 수준의 보상은 주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저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역이 감내할 불안과 재산상 불이익, 이미지 훼손도 함께 길어진다. 지원의 기준은 시설이 존재하는 기간 전체의 부담이어야 하며, 그 내용은 주민 안전 확보, 지역 발전, 정보 공개와 참여 보장을 아우르는 종합적 체계여야 한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 담보되는 장기 약속이 필요한 이유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사회적 합의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사안이다. 합의의 출발점은 부담을 지는 쪽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지역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공정이다. 정부는 이번 건의를 일회성 민원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구체적 지원 방안으로 응답해야 한다. 책임을 나누겠다는 약속이 선언에 그치지 않을 때, 비로소 어려운 숙제도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