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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년, 이제는 미래를 쓸 때다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51호 입력 2026/10/22 11:00 수정 2026/10/22 11:04

경주시의회 박광호 문화도시위원장이 5분 자유발언에서 던진 질문은 간명하다. 천년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머물 것인가, 아니면 그 유산으로 새로운 천년을 열 것인가. 신라왕경 복원사업이 오랜 숙원인 만큼, 복원 이후를 묻는 이 질문은 때맞춘 문제 제기다.

복원된 유적이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채 관람 대상으로만 남는다면 그 가치는 절반에 그친다. 박 위원장이 “복원은 과거를 되찾는 사업이지만 그 완성은 미래를 만드는 데 있다”고 한 대목은 이런 맥락에서 새겨들을 만하다. 자매도시인 베트남 후에시가 문화유산을 관광과 문화산업, 도시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도 눈여겨볼 사례다. 이미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경주는 출발선에서 한발 앞서 있다. 제안의 방향도 현실적이다. 복원사업을 국가 차원의 발전 전략으로 확대하고 단계별 계획과 안정적 재원을 갖추자는 주장은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디지털 콘텐츠와 야간관광으로 체류시간을 늘려 상권과 청년 일자리로 잇자는 구상, 2025년 APEC으로 높아진 인지도를 포스트 APEC 전략으로 연결하자는 대목도 시의적절하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어떤 사업을 언제, 어떤 재원으로 추진할지 숫자와 일정으로 제시돼야 한다. 둘째, 개발과 보존의 균형이다. 관광 활성화가 유적의 훼손이나 과도한 상업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경주만의 역사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활용하는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셋째, 시민 참여다. 문화유산의 주인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계획 수립 단계부터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정책의 동력도 오래간다. 경주의 경쟁력은 다른 도시를 흉내 내는 데 있지 않다. 오직 경주만이 간직한 신라 천년의 이야기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있다. 이번 발언이 일회성 제언에 그치지 않고 집행부와 의회, 시민이 함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보존하는 도시에서 창조하는 도시로의 전환은 복원 이후를 진지하게 설계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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