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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유산이 ‘뮷즈’처럼 사랑받으려면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47호 입력 2026/09/17 10:18 수정 2026/09/17 10:20

김규호전)경주대학교문화관광산업학과 교수확대
김규호
전)경주대학교
문화관광산업학과 교수
최근 전 세계적으로 K-컬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전통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나 문화유산을 재해석한 k-굿즈가 출시되자마자 품절되었다는 소식이 그러한 현상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립박물관재단이 공식적으로 개발하고 판매하는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MU:DS)가 있다. 뮷즈는 액세서리, 공예품, 그림, 패션잡화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상품을 공모하여 개발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공모 역시 국립경주박물관을 비롯한 6개 지역 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29점의 유물을 활용한 문화상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재단의 뮷즈가 인기가 높은 것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같은 k-컬처 열풍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인 실용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뮷즈의 성공은 문화유산의 원형 복제에 충실한 관행에서 벗어나, 재해석을 통해 현대인들이 공감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로 재창조했기에 가능했다.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어 한국 전통문화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는 경주에, 인기가 높은 뮷즈는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삼국을 통일하여 최초로 단일민족 국가체제를 이룩한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한국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도시다. 하지만 그동안 경주의 문화유산 관리는 유산의 원형 보전에 급급한 나머지, 규제 중심의 보존 논리에 치우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보존중심의 문화유산 관리정책은 지역주민들이 문화유산에 쉽게 접근하는 길을 가로막았다. 그 결과 문화유산과 주민들의 삶이 공생관계보다 재산권 침해나 생활공간 제약이라는 배타적 관계를 형성하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배타적 관계는 문화유산을 지역의 소중한 보물로 인식하면서도, 유산을 생동감 있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하여 다양한 유형의 문화상품을 만들어내고 판매하는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을 저해했다. 그렇다보니 연중 수많은 방문객이 몰려드는 황리단길에서조차, 경주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재해석한 상품보다 국적 불명의 수입 기념품들이 더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지금의 안타까운 실정이다.

심각한 인구감소와 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경제에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산업의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 개발의 출발점은 소비자가 선호할 만한 문화 원형을 발굴하고 선정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발굴 및 선정된 문화원형은 일반 시민들과 전문예술인들이 문화상품 개발에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 문화유산 DB는 문화상품 개발에 적합하도록 분류와 평가를 거쳐 체계적으로 정리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원형 DB는 전문예술인들을 포함하여 일반 시민들 누구나 창의적으로 문화원형을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재해석한 DB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문화원형을 재해석한 결과물 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응용 DB’구축은 현재 국립박물관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뮷즈 공모사업과 같은 방식을 참조해서 적용할 수 있다.

문화유산에 대한 원형 및 응용 DB를 활용해 다양한 유형의 상품개발에 참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시설과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다행히 경주지역에는 이미 경주시청년센터, 경주문화관1918, 경북관광기업지원센터 등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어, 이들 기관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연계한다면 지역문화기획자(local creator) 양성과 공유공방 기능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경주는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수도로 한국문화의 원류가 곳곳에 남아 있는 장소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경주지역에 산재한 문화유산의 원형을 탐색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문화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은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가는 보물창고 문을 열어젖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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