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
백무산
경주 남산 자락이었네 조용한 식당 창가에
중년의 부부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네
손님은 그들과 나밖에 없고 창밖엔 산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어 식당은 상자처럼 작아지고
그들은 액자 속에 담긴 듯 했네
여자가 훨씬 젊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몸 전체가 창백했기 때문이었네 남자가 일일이
덜어주고 옮겨주고 자세를 고쳐주고 입을 닦아주고
하지만 어쩐지 이끌고 부축하는 사람은
줄곧 남자가 아니라 여자 같기만 했네
계산을 마치고 남자가 여자를 업고
야외 테이블에 앉혀놓고 차를 가지러 간 사이
남산에 달이 떠오르고 있었네
여자는 떠오르는 달을 보고 손을 모으더니
남자가 오자 들뜬 목소리로 말했네
저그 봐봐, 금오산에 다 쫌 바봐!
남자의 등에 업혀 가며
쩌기 보란 말이야, 신라의 다밤이잖아!
여자가 남자의 어깨를 쾅쾅 두들기며
쩌길 봐, 쩌길 보래도…
달빛에 그늘 더 짙어지고
그들이 떠난 빈자리에
조용히
나의 불구가 거기 앉아 있었네
부축해본 적 없는 그것에게 이제 집에 갈까?
말을 걸어보네
나를 부축해 온 나의 불구에게
‘신라의 달밤’을 품은 여자와 없는 사내
아닌 게 아니라 “여자는 떠오르는 달을 보고 손을 모으”고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쩌기 보란 말이야, 신라의 다밤이잖아!” 그 달을 지나친 남자와 달리 여자는, 떠오르는 달을 마음에 품은 사람인 것. 남자의 어깨에 업혀 어깨를 꽝꽝 두들기는 여자가, 실은 남자를 이끌고 부축해온 게 아니고 무언가?
시인의 내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시는 더욱 깊어진다. 그들이 떠난, “달빛에 그늘 더 짙어지”는 빈 자리에 시인은 “조용히/나의 불구가 앉아 있”는 것을 본다. 대자연과 공감하는 내 속의 자아를 나는 소외시키고 살았구나. “부축해본 적 없는”, 실제로 “나를 부축해온 나의 불구에게”, “이제 집에 갈까?” 간신히 말을 걸어 보며 자아의 안정을 회복한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는 진정 너로 살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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