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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미 있는 비발디, 바디감 넘치는 베토벤 “클래식, 커피처럼 취향대로 즐겨요”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40호 입력 2026/07/16 10:42 수정 2026/07/16 10:46
25일 경주시민아트홀
아델라문화예술 기획공연 ‘클래시카노’ 개최

아델라문화예술 '클래시카노' 포스터. <이미지=아델라문화예술>확대
아델라문화예술 '클래시카노' 포스터. <이미지=아델라문화예술>
서양 고전 음악 공연장에 들어섰는데 팸플릿 대신 카페 메뉴판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경주시민아트홀에서 열리는 기획 공연 ‘클래시카노(Classicano)’가 클래식을 커피의 맛과 향으로 분류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비영리예술단체 아델라문화예술이 기획한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한 편의 세련된 카페 메뉴판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실력파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해 성악과 기악을 넘나드는 풍성한 무대를 꾸민다.

경주시민아트홀에서 진행됐던 지난 공연. <사진=아델라문화예술>확대
경주시민아트홀에서 진행됐던 지난 공연. <사진=아델라문화예술>
상큼하고 톡톡 튀는 ‘Light Roast(산미)’ 코너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조현지와 피아니스트 심원태가 비발디 ‘사계’ 중 봄 1악장을, 소프라노 정은미와 한보라가 피아니스트 장지영의 반주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을 연주하며 관객의 감각을 깨운다. 깊은 풍미의 ‘Medium Roast(고소함)’를 지나, 묵직한 감동을 주는 ‘Dark Roast(바디감)’에서는 피아니스트 심원태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1악장을, 다시 바이올리니스트 조현지가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게다가 뜨거움과 차가움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Blending(Hot&Ice) 순서에서는 테너 오영민과 홍지형을 비롯한 성악가들이 무정한 마음, 푸니쿨리 푸니쿨라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여기에 첼리스트 권혜지가 합류해 들려주는 한국 가곡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와 진규영의 ‘밀양 아리랑’은 곡물 라떼를 떠올리게 하는 ‘K-Custom(곡물)’으로 편성해 듣는 재미를 더했다.

당일 현장을 찾은 관객들을 위한 깜짝 선물도 마련돼 있다. 바로 이 기발한 메뉴의 화룡점정을 장식할 앵콜곡이다. 기획자는 “아메리카노의 원액이 에스프레소이듯, 장식 없는 순수한 클래식 그 자체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앵콜곡을 에스프레소에 비유했다. 다만 이 특별한 메뉴는 모든 정규 순서가 끝난 뒤 객석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진한 향기와 실제 곡명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처럼 톡톡 튀는 기획의 이면에는 한 예술가의 단단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아델라문화예술 김아름 대표다. 그녀는 대구와 부산 등지에서 10년 이상 활동하다 경주에 정착한 성악가다. 주변 음악인 100%가 “경주는 문화의 불모지라 절대 안 된다”며 만류했지만 그녀는 경주의 문화적 잠재력을 굳게 믿었다.

 

성악가이자 아델라문화예술 김아름 대표. <사진=아델라문화예술>확대
성악가이자 아델라문화예술 김아름 대표. <사진=아델라문화예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녀의 가치관이다. 김 대표는 “클래식 대중화라는 명목으로 원곡을 변질시키거나 가볍게 바꾸고 싶지 않았다”며 “변하지 않는 정수와 본모습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예술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음악 자체의 수준을 낮추는 대신, 누구나 매일 마시는 커피라는 친숙한 매개체를 통해 대중이 클래식에 다가오는 심리적 장벽만을 낮춘 것이다.

김 대표의 진정성에 공감해 황리단길 인근의 로컬 카페 ‘후프후프(CAFE HOOF HOOF)’가 당일 관객들에게 프리미엄 커피 전량을 무상으로 후원하기로 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실제 커피 향을 음미하며 귀로 마시는 클래시카노를 시각, 청각, 미각, 후각으로 입체감 있게 체험하게 된다.

김 대표는 “향후 경주 곳곳에 있는 작고 예쁜 카페들로 ‘클래시카노’를 확장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클래식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면서 지역 밀착형 문화예술 거점을 넓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북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경상북도가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시민을 위한 전석 무료 초대로 진행된다. 원활한 관람과 음료 제공을 위해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포스터의 QR코드를 스캔해 문의 및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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