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술대회는 신라 왕경의 핵심 유적인 월성과 쪽샘 지구에서 나온 고대 동물유체를 바탕으로, 최근 학계의 주류로 자리 잡은 ‘고고유전학’의 최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DNA 분석 데이터는 문헌 기록에 없는 과거 사람과 동물의 교류, 가축 사육 방식, 나아가 당시의 기후와 자연환경 변화까지 복원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첫날인 14일에는 고고유전학의 세계적 흐름과 방법론을 다룬다. 하대룡 서울대학교 교수가 고대 DNA 분석의 원리와 고고학적 해석을 소개하며, 아르템 네돌루즈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 교수가 고유전체학을 통해 밝혀낸 시베리아 고대 인류의 이동과 혈연관계를 발표한다. 정충원 서울대학교 교수는 매머드 등 멸종 야생동물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 인간의 활동이 생물다양성에 미친 영향을 살핀다.
둘째 날인 15일에는 경주 지역 유적 출토품에 대한 현미경적 분석 결과가 집중 공개된다. 오전에 진행되는 비단벌레 세션에서는 정인태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가 쪽샘 44호분 출토 비단벌레 장식 유물을 통해 신라 왕실의 장례문화를 짚는다. 이어 배연재 고려대학교 교수가 비단벌레의 생태 정보로 복원한 5~6세기 경주 일대의 자연환경을 발표하며, 임창섭 스웨덴 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은 비단벌레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한 최초의 고DNA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
오후에는 월성 유적의 동물 뼈를 통해 신라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가 월성 해자(성벽 주변 도랑)에서 나온 동물유체로 신라 왕실의 가축 관리 체계를 분석한다. 김동희 서울대학교 연구원은 월성 출토 소뼈를 분석해 현대 한우와 동북아시아 전통 소의 유전적 연속성을 규명하며,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3세기 개뼈 유전자를 바탕으로 신라 왕경의 형성 과정을 새롭게 해석한다. 한상현 국립공원공단 박사는 월성 해자에서 나온 곰뼈를 통해 한반도 반달가슴곰의 진화 유전학적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발표 세션이 끝난 뒤에는 이준정 서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발표자 전원이 참여하는 학술대담이 이어진다. 이들은 발굴조사 현장에서의 고고유전학 적용 가능성과 문화유산 연구가 나아갈 미래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앞으로도 고고학과 자연과학을 접목한 융·복합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세계유산에 대한 연구 성과를 국민과 국제사회에 공유하는 자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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