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를 언뜻 보면 자원순환 관련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도로와 떨어져야 하는 거리가 기존 200m에서 500m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례를 개정 전과 비교해보니 숫자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도로 이격거리 규정을 적용받는 대상도 함께 달라졌다.
경주신문은 조례의 개정 전‧후를 비교하고, 담당 부서와 법률전문가 자문을 거쳐 조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도로 이격거리 규정의 적용 대상은 기존 상위 개념인 ‘자원순환 관련시설’에서 ‘폐기물처분시설’로 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 같은 변경이 왜 이뤄졌는지를 설명하는 자료는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자원순환 관련시설’은 어떤 시설인가
경주시 도시계획조례 제20조의3은 자원순환 관련시설의 허가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자원순환 관련시설은 관계 법령에 따라 폐기물처분시설, 폐기물재활용시설, 폐기물감량화시설, 고물상, 하수 등 처리시설 등 5개 시설군으로 구성된다. 이들 시설은 조례에서 정한 거리기준 등을 충족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2022년 조례는 무엇이 달라졌나
개정 전 2019년 조례 제20조의3 제2호는 ‘「도로법」 및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라 개설된 도로로부터 200미터 이내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당시에는 상위 조항에서 이미 적용 대상을 ‘자원순환 관련시설’로 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섯 종류 시설 모두가 이 규정을 적용받았다.
그러나 2022년 개정된 조례에서는 같은 조항이 ‘폐기물처분시설은 「도로법」에 따라 개설된 도로로부터 500미터 이내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으로 변경됐다. 거리는 200m에서 500m로 규제 강화로 보이지만, 적용 대상은 ‘자원순환 관련시설’에서 ‘폐기물처분시설’로 바뀌었다. 또 기존 조례에 포함됐던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도로 규정도 삭제됐다.
법률전문가 “조문상 적용 범위는 축소”
한 법률전문가는 “구 조례는 자원순환 관련시설 전체에 도로 이격거리 기준을 적용했지만, 현행 조례는 폐기물처분시설에만 적용하도록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문상으로는 폐기물처분시설을 제외한 자원순환 관련시설은 「도로법」 및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도로 이격거리 기준을 더 이상 허가기준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담당 부서도 같은 취지의 설명
경주시 도시계획과도 같은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폐기물처분시설 외 나머지 시설은 해당 규제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원순환과 담당자도 “2호만 보면 나머지 시설은 규제가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설 4개가 빠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 부서 모두 “실제 허가 심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면서도 “왜 당시 조례가 그렇게 개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충분치 않다”고 답했다.
개정 이유를 찾아봤지만…
조례 개정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입법예고 자료와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 회의록, 일부개정조례안 심사보고서, 국가법령정보시스템에 공개된 개정 이유 등을 확인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한 자료에서는 제20조의3 제2호를 왜 ‘자원순환 관련시설’에서 ‘폐기물처분시설’로 변경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법령정보시스템에는 ‘관계부서 협의 의견 반영’, ‘기타 규제완화 및 조례 운영상 미비점 개선’이라는 개괄적인 개정 이유만 기재돼 있다.
설명되지 않은 조례 개정
조례는 단순히 문장을 고치는 작업이 아니다. 조문 하나가 바뀌면 허가기준이 달라지고 행정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조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확인됐지만,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하는 공식 자료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당시 조례 심의 과정과 개정 이후 실제 허가 사례 등을 추가 취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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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경주시 조례, 남겨진 의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