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미술관은 오는 11월 29일까지 스누피 탄생 7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How Do You Do, Snoopy?’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대만, 태국,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순회전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 스누피의 역사를 현대미술의 시선으로 재조명하는 자리로 국내외 작가 26인이 참여해 회화, 조각, 미디어 아트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전시장 곳곳에 채웠다.
만화 속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50년의 연재 기록
1950년 10월 연재 초기, 스누피는 원작자 찰스 슐츠가 실제 키우던 반려견 ‘스파이크’를 모델로 그린 만화 속 조연 강아지에 불과했다. 지금의 직립보행 캐릭터로 진화하기까지는 약 10년의 과도기가 필요했다. 전시는 이 같은 캐릭터의 외형적 성장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영상과 함께 2000년 작가 타계 직전까지 50년간 단 한 번의 휴재도 없이 연재된 1만8000여 편의 코믹 스트립 역사를 차분히 추적한다. 슐츠가 세상을 떠나기 바로 전날까지 펜을 놓지 않고 독자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던 생애의 기록은 관람객에게 묵직한 신뢰와 감동을 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점은 서구 만화의 뿌리에서 동양의 정서를 길어 올린 독창적인 큐레이션이다. 도쿄 스누피 뮤지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이스케 쿠사카리가 기획에 참여해, 흑백 중심인 피너츠 만화의 거친 잉크 선과 동양 전통 수묵화의 먹선 사이에서 미묘한 연결성을 찾아냈다. 특히 고독이나 풍경 같은 인간 고유의 보편적 테마를 다루는 구역에서는 서양의 만화 컷 옆에 한국의 고유한 산수화 유물과 대만의 미술품을 나란히 배치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닮아있는지 감각적으로 비교하며 감상하도록 돕는다. 동양적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전시장 내부에 툇마루 형태의 관람 동선을 변형해 설치한 점도 눈에 띈다.
현대미술·패션·우주 과학과의 조우, 장르를 넘나드는 외연
만화라는 대중문화 장르가 동시대 현대미술 및 패션과 결합해 영역을 변주하는 형태도 흥미롭다. 1982년부터 이어온 역사에 따라 샤넬, 펜디, 발렌시아가 등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디자이너들이 스누피와 그의 여동생 벨을 위해 특별 제작한 오트 쿠튀르 의상 컬렉션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대미술 작가들과의 협업 섹션에서는 대형 공공조각 러버덕의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 빠키, 도넛 조각가 김재용 등이 캐릭터에 새로운 예술적 감성을 부여한 신작들을 출품했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채운 비정형 말풍선 형태의 라이트 튜브 작품은 해외에 머무는 작가와 국내 현장 설치팀이 실시간으로 밤새 소통하며 조형을 잡아간 끝에 완성한 결과물이다. 작품 이면에 숨은 창작자들의 노력을 상상하면 전시는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스누피라는 캐릭터의 사회적 발자취를 보여주는 영역도 충실하다. 1969년 NASA 아폴로 10호 달 착륙선의 이름이 되었던 역사부터 2022년 아르테미스 1호 임무에서 무중력 표시 인형으로 우주비행을 함께했던 실제 기록들을 인터랙티브 설치물과 우주선 탐험 테마로 구현해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경주 시민들은 현장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면 입장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오는 8월 10일 스누피의 생일을 전후해서는 관람객들을 위한 별도의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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