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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수원아트페스티벌 특별전 ‘한국 미술, 조선 후기부터 현대까지’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38호 입력 2026/07/03 10:05 수정 2026/07/03 10:09
천년고도 경주에서 만나는 내 인생의 명작
18인의 거장과 걷는 300년 예술 산책

 

겸재 정선, 산수도, 조선 18세기, 겸재정선미술관 소장. <사진=겸재정선미술관>확대
겸재 정선, 산수도, 조선 18세기, 겸재정선미술관 소장. <사진=겸재정선미술관>
전국 각지에 흩어졌던 조선 후기부터 현대까지의 한국 미술 명작 90여 점이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으로 집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주최하고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6 한수원아트페스티벌 특별전 ‘한국 미술, 조선 후기부터 현대까지’가 오는 10월 18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 겸재정선미술관, 단원김홍도미술관 등이 소장품을 대거 내놓으면서 성사된 대규모 전시다. 박물관 유리창 너머로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시대를 고민하며 붓을 쥐었던 화가들의 뜨거운 생애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한국 미술의 도도한 흐름을 세 가지 시대로 구분해 펼쳐 보인다. 제1부 ‘시선의 형성’에서는 겸재 정선, 표암 강세황, 단원 김홍도 등 조선 후기 거장 3인의 눈길을 따라간다.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김홍도의 수묵화 ‘대관령’ 앞이다. 산 고개에 서서 웅장한 강릉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그린 이 그림은 본래 김홍도가 금강산 유람길에 간직했던 현장 스케치용 초본첩의 일부였다. 세월이 흘러 낱낱이 흩어졌던 그림 중 한 점을 단원김홍도미술관이 경매시장에서 극적으로 찾아내 소장해 온 사연을 품고 있다. 최근 이당 김은호 화백의 유품 속에서 행방이 묘연했던 또 다른 초본 10여 점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이 그림이 지닌 서사적 가치는 더욱 깊어졌다. 수백 년 전 거장이 마주했을 대관령의 세찬 바람과 묵향이 종이 표면 위로 선명하게 베어난다.
 

천경자, 꽃을 든 여인, 198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확대
천경자, 꽃을 든 여인, 1982,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2부 ‘전통의 변주’는 근대 서양화법이 밀려들던 격변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개척한 근대 화가 6인의 치열한 흔적을 담았다. 동양화에 서양식 음영법을 녹여낸 고희동, 한국 고유의 맑은 빛을 화폭에 담은 오지호, 대담한 색채로 화면을 구성한 이인성, 화려한 채색 뒤에 슬픔을 숨긴 천경자, 거대한 자연을 강렬한 색면으로 바꾼 유영국의 명작들이 이어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대목은 국민 화가 박수근과 경주가 나눈 애틋한 인연이다. 박수근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오래된 화강암을 연상시키는 투박하고 거친 질감이다. 이 독창적인 표면은 그가 생전 경주 남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돌에 새겨진 마애불과 신라 석탑의 표면을 관찰한 결과물이다. 거친 돌 위에 종이를 대고 먹으로 문지르던 탁본과 프로타주 실험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질감을 완성했다. 서양의 물감을 썼지만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자아내는 박수근의 그림은 신라의 단단한 돌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는 따뜻한 예술로 승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제3부 ‘관계의 확장’에서는 현대미술 거장 9인이 구축한 무한한 언어와 마주한다. 전통 필선을 인간의 군상 추상으로 확장한 이응노와 서세옥, 마포 천 위에 안료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시간의 미학을 보여주는 윤형근, 비우고 긋는 행위를 반복한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물방울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질문한 김창열, 공간과 사물의 관계를 조형한 이우환, 전자 신호로 세계를 연결한 백남준, 나무와 돌에 생명의 리듬을 새긴 조각가 김윤신의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전시장은 살아 숨 쉬는 현장이다. 한국 전위예술의 선구자 김구림 화백은 여든을 넘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접 알천미술관을 찾아 자신의 출품작 ‘음과 양’ 위에 직접 붓 터치를 더하며 작품을 최종 완성했다. 박제된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숨결이 전시실 곳곳에 가득하다. 관람객이 방석 위에 앉아 스스로 예술의 일부가 되는 참여형 작품 ‘도(Zen)’는 관람객에게 멈춤과 사색의 순간을 선물한다.

전시는 알천미술관 4층 갤러리해에서 진행 중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다만 추석 연휴나 공휴일이 월요일과 겹칠 때는 정상 개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7000원이다. 신분증을 지참한 주민이나 직장인은 5000원으로 감면받는다. 65세 이상 어르신이나 국가유공자, 장애인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보다 깊이 있는 감상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매일 네 차례(오전 10시 30분, 12시 30분, 오후 2시, 4시)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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