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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사지 서탑 녹유신장벽전 재검증 촉구

이상욱 기자 lsw8621@hanmail.net 1736호 입력 2026/06/18 13:49 수정 2026/06/18 13:54
이진락 시의원
“고증 없는 복원은 역사 왜곡” 주장

 

사천왕사지 내 복원된 서탑 기단. <사진=이진락 경주시의원 제공>확대
사천왕사지 내 복원된 서탑 기단. <사진=이진락 경주시의원 제공>
경주 사천왕사지 서탑 기단에 복원된 녹유신장벽전(綠釉神將壁塼)의 위치와 배열이 충분한 고고학적 근거 없이 추정에 의존해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고학 전공자인 이진락 경주시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020~2021년 시행된 사천왕사지 기단 복원 및 경역 정비공사 과정에서 서탑 기단에 복원된 녹유신장벽전 24곳의 위치와 배열이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의 발굴조사보고서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학계와 관계기관의 철저한 재검증을 촉구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2006~2012년 사천왕사지 발굴조사 과정에서 동·서탑 기단 주변에서 200여 점의 녹유신장벽전 파편을 수습했다. 이후 보존과학연구팀은 3D 스캔과 조합 복원 기법을 활용해 파편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왼손에 칼을 든 A형, 활과 화살을 든 B형, 오른손에 칼을 든 C형으로 구분된 이 복원 성과는 2018년 복원보고서 발간과 함께 국립경주박물관 전시를 통해 공개되며 신라 고고학 연구의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핵심 쟁점은 벽전의 원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발굴보고서상 위치가 확인된 벽전은 전체 24곳 가운데 4곳에 불과하다. 동탑 기단의 일부 구간에서만 A형과 C형 파편의 출토 위치가 기록돼 있을 뿐, 나머지 20곳에 어떤 유형의 벽전이 배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훼손 정도가 심했던 서탑의 경우 위치가 고증된 파편이 단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재 서탑 기단에는 24곳 전체에 녹유신장벽전이 복원돼 있다. 이 의원은 동탑의 제한된 자료를 근거로 서탑 전체를 복원한 것은 학술적 검증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경주시 문화유산과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내용도 이러한 문제 제기에 힘을 싣고 있다. 당초 경주시는 위치가 일부 확인된 동탑 기단 복원 사업을 계획했으나 설계 심의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에 따라 서탑 기단 복원으로 방향이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발굴조사에 참여했던 연구진 역시 “위치가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동탑의 4곳 정도이며, 나머지는 학자와 전문가들의 추정과 학설을 토대로 복원한 것이 맞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왕사 녹유신장상. 국립경주박물관 내 불교사원실에 전시돼있다. <사진=이진락 경주시의원 제공>확대
사천왕사 녹유신장상. 국립경주박물관 내 불교사원실에 전시돼있다. <사진=이진락 경주시의원 제공>
현재 서탑에 적용된 ‘ABC형-계단-ABC형’ 배열 방식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이 의원은 “고대 인도 간다라 지역의 불탑을 비롯해 중국·백제·일본의 고대 불탑, 감은사지와 불국사 석가탑 등 신라 방형 불탑은 대부분 남북 중심축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 원칙을 따른다”며 “현재 복원된 서탑의 벽전 배열은 비대칭 구조를 보이고 있어 별도의 학술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복원 기술상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유산의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에 관한 문제로 규정했다. 국제적으로 문화유산 복원은 고증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며, 근거가 부족할 경우 복원보다 보존을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잘못된 복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적 사실로 인식될 수 있다”며 “추정이 사실이 되고 가설이 역사로 굳어지는 것은 가장 위험한 형태의 역사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증 결과 문제가 확인될 경우 고증되지 않은 서탑 녹유신장벽전을 해체하고, 학술 성과는 영상이나 가상 복원 방식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대안으로는 위치가 확인된 동탑 4곳에만 복원 벽전을 설치하고 나머지는 무문양 벽전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낭산 능지탑과 헌덕왕릉의 십이지신상 복원 사례처럼 실제 출토품이 확인된 위치만 복원하는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문제 제기는 신라왕경특별법에 따른 핵심 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성과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제기됐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문화유산 복원 과정에서 원형고증 원칙이 얼마나 충실히 지켜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문화유산 복원의 목적이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의 보존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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