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의 이전 작업 테마는 ‘나의 불안’이었다. 두 번째 개인전을 마친 이후,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조바심과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 속에서 오랜 시간 방황했다. 압박감이 극에 달하자 이 작가는 결국 붓을 내려놓고 자신을 완벽하게 비워내는 시간을 가졌다. 역설적이게도 그 철저한 비움의 끝에서 새로운 예술적 세계가 열렸다. 방황의 시기에 불교의 가르침을 접하면서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삶의 의문들이 풀렸고, 비로소 세상을 맑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멈췄던 작업에 다시 불씨를 지핀 것은 주변의 진심 어린 응원이었다. 한지와 한국화 물감이라는 낯선 동양화 재료를 처음 접하며 조심스럽게 탐색하던 무렵, 동료 작가가 그에게 “그림이 좋으니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격려를 건넸다. 스스로도 외면하려 했던 내면의 갈망을 어루만진 이 한마디가 다시 화폭 앞으로 이끄는 강렬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렇게 서양화가로 활동하던 그가 동양의 재료를 받아들이고 돌과 부처, 그리고 세상을 화면에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오랜 세월 풍파를 견뎌낸 마애불의 평온함을 닮았다. 거친 돌의 질감을 그대로 머금은 듯한 화폭 위에 새겨진 부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작품에 따라 배경에 금박을 얹어 따스하면서도 성스러운 안식의 분위기를 지녔다.
서양화가로서 다져온 탄탄한 구조적 감각 위에 동양화 재료 특유의 스며듦과 차분한 번짐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작가는 자신의 호인 수연隨然의 의미처럼 본연을 따르며 잔뜩 들어가 있던 어깨의 힘을 빼고 가장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했다.
이은정 작가는 “‘꿈이었다’라는 전시 제목처럼 과거의 불안하고 치열했던 시간들은 이제 한바탕 아스라한 꿈이 됐고, 이제 화폭 위에 평안을 담았다”면서 이어 “거친 화폭이 뿜어내는 평온한 에너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각자의 마음에 쌓인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치유의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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