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지역을 돌며 말단 경리 직원으로 시작해 거친 자동차부품 제조업의 대표이사를 거쳐, 적자에 시달리던 리조트를 든든한 흑자 기업으로 돌려세우기까지, 화려함보다는 지독한 끈기와 솔선수범으로 26년의 세월을 개척해 온 차순주 대표의 삶은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준다.
깐깐한 회계 경리 직원, 자동차부품제조회사 대표를 거쳐 위기의 리조트 구원투수로
차순주 대표의 경영 이력은 밑바닥부터 탄탄하게 다져진 실전형이다. 마산의 회계사무실에서 평범하게 일하던 그녀는, 자동차 부품 공장을 다니는 남편을 따라 경주로 내려왔다. 이후 성호리조트의 모기업인 고철 스크랩 회사에 입사해 다시 경리 업무부터 시작했다. 특유의 꼼꼼함과 빈틈없는 일 처리 덕분에 회계, 인사, 노무, 감사실을 두루 거치며 역량을 인정받았고, 남성 중심의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치열함으로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던 중, 성호리조트가 극심한 적자와 경영난에 빠졌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금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녀는, 10여 년 전 직접 리조트의 경영 최전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조업의 투박한 원가 절감 방식과 서비스업의 감성을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철저한 계획성과 실행력으로 리조트 운영을 차근차근 안정 궤도에 올려놓았다.
직원의 감정노동을 헤아리고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
차 대표의 리더십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선행(先行)’, 즉 솔선수범이다. 객실 청소 인력이 부족해 현장이 마비될 위기에 처하면, 그녀는 주저 없이 먼저 객실로 올라가 청소를 시작한다.
“직접 화장실을 닦고 객실을 치우니, 프론트와 식음장 직원들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돕더라구요.”
무엇보다 차 대표는 20명 남짓한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세심하게 살피고 보호하는 든든한 방패다. 숙박업 특성상 때로는 오해나 지나친 요구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차 대표는 그럴 때마다 직원을 일방적으로 감정적인 희생양으로 만들지 않는다. 한 번은 새 이불로 교체해 주었음에도 정전기로 인해 붙은 미세한 먼지를 이유로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 있었다. 이때 차 대표가 직접 나서서 고객에게 상황을 정중히 설명하며, 직원이 더 이상 곤란을 겪지 않도록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그녀는 “부당한 상황 앞에서는 무조건 고개 숙이며 상처받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정당하게 응대하되,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대표인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환불해 주겠다고 하죠.”라고 말한다. 무조건적인 친절을 강요하기보다 직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는 든든한 바람막이 덕분에, 이곳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10년에 달할 만큼 이직률이 낮고 끈끈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한다.
지진과 팬데믹의 직격탄⋯ 원칙과 끈기로 뚫어낸 혹독한 터널
대규모 관광 숙박업인 만큼 닥쳐온 위기도 매서웠다. 마우나 리조트 붕괴, 경주 지진, 코로나19 팬데믹 등 굵직한 재난이 터질 때마다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지진 직후에는 3년 동안 학교 단체 방문이 끊기며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차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모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급여를 최우선으로 챙기며 위기의 조직을 지켜냈다.
위기 속에서도 가장 타협하지 않은 것은 안전과 음식이었다. 수영장 안전 관리를 위해 대표 본인이 직접 수상 안전요원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현장을 챙겼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음식만큼은 신중했다. 특히 원가가 높더라도 지역의 질 좋은 쌀과 프리미엄 국내산 김치만을 고집했다.
“숙박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고객이 밥을 맛있게 먹고 내 집처럼 편안하게 쉬어가는 것”이라는 그녀의 원칙은 단체 고객들의 입맛을 정확히 사로잡았다.
한번은 매번 같은 곳이 지겹다며 일탈을 꿈꾸고 다른 지역 숙소로 예약을 돌렸던 대학교·교회 단체들이, 막상 그곳의 식사 때문에 참가자들로부터 빗발치는 항의를 받고 결국 ‘역시 밥은 성호리조트가 최고’라며 다시 되돌아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묵묵한 믿음으로 키워낸 자녀들⋯ 정원에서의 따뜻한 노후를 꿈꾸며
거친 사업 속에서도 그녀는 자녀들에게 스스로 삶을 책임지게 하는 자립심을 강조했다. 바쁜 일상 탓에 세세히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도 있지만, 자녀를 믿고 스스로 선택과 책임을 다하게 한 자립형 교육 덕분에 두 자녀 모두 각자의 몫을 다하는 단단한 사회인으로 훌륭하게 성장했다.
경주 지역에서 관광 및 서비스업 창업을 꿈꾸는 여성 후배들을 향해 그녀는 결국 가장 강력한 무기는 친절이라며, 기계적인 응대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차순주 대표의 미래 청사진은 의외로 소박하고 따뜻하다. 2~3년 뒤에는 리조트를 안정적으로 넘겨주고, 볕이 잘 드는 예쁜 정원을 꾸미고 싶다는 그녀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정성스러운 꽃 비빔밥과 따뜻한 차를 내어주며 함께 웃고 대화하는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고철 스크랩 회사의 평범한 경리 직원에서 시작해 142개 객실의 온기를 책임지는 대형 리조트의 수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직원의 삶과 고객의 휴식을 든든하게 품어 온 차순주 대표의 열정적인 오늘이 지나면, 조만간 꽃향기 가득한 그녀만의 따뜻한 정원이 경주의 어느 봄날을 가장 아름답게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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