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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정수조경 김균영 대표 “시련이라는 척박한 땅을 일구고 그 위에 위로와 공존의 숲을 세우다”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29호 입력 2026/04/30 14:30 수정 2026/04/30 14:41
경주를 움직이는 힘, 여성기업인 릴레이 인터뷰 ⑧

경주 곳곳에서 묵묵히 기업을 이끌어가는 여성 CEO들을 조명합니다. 경주신문은 2026년 특별기획 ‘경주를 움직이는 힘, 여성기업인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진솔한 경영 철학을 기록합니다. 급변하는 시대, 섬세한 리더십과 뚝심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성 기업인들의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께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주신문은 지역 여성 기업인들의 제보와 추천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정수조경 김균영 대표는 한여름 땡볕 아래서 트럭 뒤 물통에 물을 싣고 도심을 누볐다. <사진=정수조경>확대
정수조경 김균영 대표는 한여름 땡볕 아래서 트럭 뒤 물통에 물을 싣고 도심을 누볐다. <사진=정수조경>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진 묘한 인연, 그리고 덮쳐온 위기

경주에서 나고 자라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김 대표는 조경업에 몸담아 온 남편과 결혼하며 자연스레 이 길로 들어섰다. 흥미롭게도 친정 할아버지와 친정 큰아버지, 시아버지가 과거 한 동네에서 삼총사처럼 붙어 다니며 일하던 막역한 사이였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을 만큼, 부부의 인연은 깊고 묘했다. 하지만 든든한 가업의 배경 없이 맨땅에서 시작한 사업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입찰 경쟁에서 번번이 밀려 수익이 나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남편이 빗속 현장 작업 중 트럭에서 추락해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사고를 겪었다.

 

가장 든든한 기술자이자 버팀목이었던 남편이 병상에 눕자, 현장은 고스란히 김 대표의 몫이 되었다. 외부 인력을 부를 자금조차 넉넉지 않아 친정엄마, 시어머니, 시누이는 물론 친정 남동생과 삼촌들까지 온 가족이 투입됐다. 한여름 땡볕 아래서 트럭 뒤 물통에 물을 싣고 도심을 누비며, 도로에서 빵빵거리는 차들 사이에서 무거운 호스를 끌어당겨 조경수에 직접 물을 주고 예초 작업을 하며 악착같이 현장을 지켜냈다.

“그때는 몸이 힘든 줄도 몰랐어요. 어떻게든 회사를 유지하고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간절함뿐이었습니다.”
 

정수조경 김균영 대표는 도로에서 빵빵거리는 차들 사이에서 무거운 호스를 끌어당겨 조경수에 직접 물을 줬다. <사진=정수조경>확대
정수조경 김균영 대표는 도로에서 빵빵거리는 차들 사이에서 무거운 호스를 끌어당겨 조경수에 직접 물을 줬다. <사진=정수조경>


마음의 병을 극복하고 굴삭기 위에서 마주한 새로운 세상


모든 것을 견뎌낸 줄 알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는 남편이 회복될 즈음 김 대표의 몸을 덮쳤다. 메니에르병과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시간이 3년 가까이 이어졌다. 새벽마다 응급실을 오가며 버텼다.

 

매일 가족들의 저녁을 챙겨주신 어머니가 있었고, 집안일과 육아를 묵묵히 함께 감당해준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 사찰에서 맺은 따뜻한 인연들도 곁에 있었다. 그 손들이 그녀를 일으켰다. 조금씩 건강을 되찾으면서 그녀는 다시 회사로 눈을 돌렸다. 남편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굴삭기 자격증에 도전했다. 밀폐된 좁은 공간을 견디기 힘든 폐쇄공포증이 남아있었지만, 학원 강사와 시험 감독관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히 털어놓고 양해를 구하며 약을 먹고 연습에 매진했다. 70여 명의 남성 응시자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녀는 S자 코스 주행부터 흙을 파고 평탄화하는 고난도 실기까지 단 한 번에 합격해 냈다.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힌 이 용기가 정수조경을 새롭게 이끄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정수조경 김균영 대표는 예초 작업을 하며 조경 현장을 지켜냈다. <사진=정수조경>확대
정수조경 김균영 대표는 예초 작업을 하며 조경 현장을 지켜냈다. <사진=정수조경>


달라서 더 완벽한 시너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살리는 일


현재 정수조경은 섬세하고 꼼꼼하게 기획과 시공을 총괄하는 남편, 그리고 특유의 쾌활한 친화력으로 영업과 대외 활동을 책임지는 김 대표의 완벽한 콤비 플레이로 굴러간다. 2017년 경주시 공사 입찰에 처음 낙찰됐다는 전화를 받고 펑펑 울었던 그 시절의 초심은 여전히 부부의 가슴에 남아있다.

 

이들의 진가는 경주시 최초의 반려견 놀이터를 조성할 때 빛을 발했다. 아무 쓸모없던 부지를 무작정 밀어버리는 대신, 기존의 나무와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지형을 살려내며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편안하고 생명력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조경은 나무를 심고 꾸미는 일만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느냐, 그게 핵심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챙기는 일이에요. 저희는 작은 수의계약 하나라도 설계부터 시공, 하자 보수까지 외부 하청 없이 직접 책임집니다. 규모보다 책임을 앞세우는 것, 그게 저희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정수조경 김균영 대표는 기존의 나무와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지형을 살려내며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편안하고 생명력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사진=정수조경>확대
정수조경 김균영 대표는 기존의 나무와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지형을 살려내며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편안하고 생명력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사진=정수조경>


우리가 잘되어야 남도 돕죠


더 안정 궤도에 오르면 주변을 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 그게 지금 김 대표가 품고 있는 다음 목표다.

 

“절에서 기도할 때도 입찰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솔직하게 빌어요. 단지 제 욕심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먼저 탄탄하게 서야 남을 돕고 사회에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죠.”

숱한 시련 속에서도 사람을 계산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 인연을 맺어온 김균영 대표.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일수록 더 깊고 단단하게 자란다. 그녀가 걸어온 길이 그랬고, 앞으로의 길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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