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곳곳에서 묵묵히 기업을 이끌어가는 여성 CEO들을 조명합니다. 경주신문은 2026년 특별기획 ‘경주를 움직이는 힘, 여성기업인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진솔한 경영 철학을 기록합니다. 급변하는 시대, 섬세한 리더십과 뚝심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성 기업인들의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께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주신문은 지역 여성 기업인들의 제보와 추천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50평 공장에서 시작한 19년
2007년 7월, 울산 북구 50평짜리 공장에서 기계 한 대, 포터 한 대로 시작했다.
결혼하던 해인 1997년, IMF가 터졌다.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자그마하게 모은 종잣돈이 생겼고 그게 사업의 씨앗이 됐다. 임상병리를 전공했다. 철강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뛰어들었는데, 하면 할수록 이 일이 좋아졌다.
창업 초기, 전국 철강업계에 여성이 몇 명 없던 시절이었다. 공단 입구마다 차를 세워두고 명함과 단가표를 들고 직접 걸어 다녔다. 30대 후반,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공단마다 돌아다니는 여성 대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물었다. 보험 설계사냐고.
대표를 직접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현장 분들과 먼저 친해졌다.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다음에 또 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홈플러스 순회서비스에서 힌트를 얻었다.
“우리도 순회서비스를 하자. 작은 업체도 무조건 갖다 드리자.” 그리하여 매일 화학단지, 경주, 효문을 시간대별로 납품을 시작했다.
남들이 안 할 때 시작한 순회서비스였다. 단가표에는 딱 필요한 마진만 붙였다. 싸게 살 수 있으면 싸게 줄 수 있으니 그것만 남기면 된다는 원칙이었다. 그렇게 돌리던 단가표가 한 업체 대표에게 닿았고, 연락이 왔다. 그게 첫 고정 거래처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던 업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문을 열었다. 작은 업체도 큰 업체도 가리지 않고 같은 마음으로 다녔다. 그게 쌓이면서 신뢰가 됐다.
기계 설치도 안 됐는데 발주가 먼저 왔다
창업 3년이 되니 고정업체가 생겼다. 5년이 지나니 고정물량이 생겼다. 10년이 되니 회사가 안정권에 들어섰다. 경주 외동 문산2산단에 땅을 구입해 공장을 신축했다. 자동차·화학공단의 부품 원소재인 공구강과 구조용강을 절단하고 철판 모형절단을 제작하는 우광스틸·우광특수강은 이제 경주·울산·포항을 아우르는 주요 납품처와 꾸준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그 자리까지 오는 데 거래처의 믿음이 컸다. 공장 기계가 들어오던 날, 아직 설치도 안 됐는데 거래처에서 발주가 먼저 들어왔다.
“설치도 안 된 기계에 발주가 들어왔어요. 업체분들이 기다려줬어요. 그게 정말 고마웠어요.”
처음 거래를 시작한 첫 업체 사장님은 이미 돌아가셨다. 지금은 그 아들분이 이어받아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인연이다. 아무도 발주 안 줄 때 믿어준 분이었다.
“그분이 항상 제 마음속에 있어요. 시작할 때 믿어줬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그녀는 거래처를 동반자로 본다. 잘 안 되는 업체가 생기면 같이 기다린다. 어렵다고 외면하면 그 업체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려운 거래처가 다시 살아나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했다. 철강업체 특성상 결제 금액이 묶이는 일도 있다. 그래도 같이 풀어왔다.
“거래처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같이 가요. 어렵다고 손 놓으면 안 되잖아요.”
모든 발주 24시간 내 처리를 원칙으로 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량이 아무리 작아도 약속한 시간에 갖다 드린다. 욕심을 부려 감당 못 할 만큼 받으면 납품 시간을 못 지키게 된다. 그래서 할 만큼만 한다. 일을 벌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오랜 시간이 가르쳐줬다.
제일 좋아하는 요일이 월요일이다. 하면 할수록 이 일이 좋아졌고, 그 마음이 지금까지 왔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도 함께 키웠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세 아이가 다 자기 길을 찾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그게 가장 크게 고마운 일이다.
사람과 동행하는 우광
스스로 달라진 게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앞만 봤어요. 좋게 말하면 꿈이고, 나쁘게 말하면 욕심이었죠. 이제는 주변을 조금 돌아보게 됐어요.”
공장 신축 후 더 빨리 자리를 잡겠다는 마음에 쉬는 날 없이 일했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그때부터 조금씩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멀리 보는 눈이 생겼다. 자꾸 밖을 돌아다니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걸 오랜 시간이 가르쳐줬다.
영업하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그래서 지금도 영업하러 오는 사람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물 한 잔, 커피 한 잔은 꼭 내드린다. 그때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찾아오시는 분들한테 그 마음만큼은 꼭 돌려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를 크게 그리지 않는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 밖을 돌아다닌다. 새로운 것을 찾고, 보고, 담아온다. 남들이 안 하는 걸 찾아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걸 긴 시간이 가르쳐줬다.
처음 시작할 때 믿어준 거래처가 있었다. 함께 버텨준 직원들이 있었다. 묵묵히 곁을 지켜준 가족이 있었다. 김미희 대표는 그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게 지금의 우광스틸을 만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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