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예술계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경주지회 산하 7개 협회의 수장이 대거 교체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본지는 새롭게 출범한 각 협회 지부장들을 만나 지역 예술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20년 가까이 현장을 누볐다. 시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도 20년이다. 그러다 문득 길가에 새로 생긴 음악 동호회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한번 다시 해볼까.” 어릴 적 곁에 두었던 음악이 그를 불렀다. 40대 후반, 그렇게 다시 잡은 색소폰이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현장섭 지부장은 현재 한국연예예술인협회 경주지부를 이끌고 있다. 13인조 밴드에서 테너 색소폰을 불고 직접 편곡까지 도맡았던 그는 2024년 4월, 지부장의 중책을 맡았다. 지부 창설 때부터 십수년을 발로 뛰어온 산증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부장이 된 후 그는 정작 본인의 연주를 잠시 내려놨다.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지부장이 무대 위에만 앉아 있어서는 살림이 돌아가지 않더라고요.” 동료들의 무대를 위해 그는 기꺼이 악기 대신 서류 뭉치를 잡았다.
지부가 처음 만들어지던 2011년을 그는 또렷이 기억한다. 개성 강한 음악인들이 하나로 뭉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연주자들이 먼저 마음을 모으고 가수들이 합류했지만, 무대가 없으면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었다. “인간적으로야 다 친해도, 설 자리가 없으니 회원들도 버티기 힘들었죠.” 그는 당시의 막막함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지부장을 맡으며 세운 제1의 목표는 명확했다. 바로 회원들이 마음껏 설 수 있는 무대를 확보하는 것. 작년부터 그 결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황리단길과 교촌마을 일대에서 열린 17회의 버스킹, 그리고 관광 지역 기금을 확보해 치러낸 두 차례의 콘서트와 신라왕경 가요제 첫 개최가 그 결과물이다.
이 모든 성과는 현 지부장이 직접 씨름하며 써 내려간 행정 서류에서 시작됐다. 숫자를 대조하고 서류를 보완하는 고단한 실무의 시간이 있었다. 무대 위 조명보다 책상 앞 스탠드 불빛 아래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행정적인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펜을 놓지 않는 이유는, 오직 회원들의 무대를 단단하게 지켜내고 싶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최근 처음으로 열었던 가요제에서는 잊지 못할 장면도 목격했다.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어르신들이었던 것이다. 포항, 울산, 멀게는 세종에서까지 달려온 그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무대 그 자체를 즐겼다. “노래 한 곡 시원하게 부르고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이 참 좋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그는 언젠가 꼭 ‘실버 가요제’를 만들어보겠다는 새로운 꿈을 가슴 한편에 품게 됐다.
경주 예술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제언도 잊지 않았다. 바로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공연장의 필요성이다. “경주만큼 문화예술이 꽃피는 도시에서, 야외 공연 때마다 비가 올까 봐 가슴 졸여야 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봉황대 뮤직스퀘어 같은 큰 무대에서도 지역 예술인들이 식전 공연을 통해 시민들과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조심스럽고도 간절한 바람이다.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들부터 삶 속에서 음악을 이어가는 이들까지, 연예협회는 그 다양함만큼이나 넓은 품을 가졌습니다. 울산 해오름 동맹 공연처럼 지역을 넘나드는 무대에서 우리 협회가 활력을 불어넣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는 관객의 흥을 돋우는 데 연예협회만 한 팀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함께 걷는 회원들을 향한 진심 어린 당부를 덧붙였다.
“우리가 무대 위에서 스스로 빛날 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고, 그 기회가 다시 우리의 성장이 되는 선순환을 믿습니다. 그 길을 누구 한 명의 발걸음이 아닌, 회원 모두와 손잡고 찬찬히 함께 걷고 싶습니다.”
현재 경주연예예술인협회는 현장섭 지부장을 필두로 박목현 부지부장, 권영구 사무국장, 김미영 가수분과장, 윤해봉 연주분과장, 황병월 감사가 4대 집행부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회원들과 호흡하며, 경주 연예예술의 저변을 넓히는 데 마음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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