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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기획특집 2026 경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

한국국악협회 제7대 방영식 경주지부장 “경주 국악의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26호 입력 2026/04/09 12:02 수정 2026/04/09 12:08
경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④

경주 예술계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경주지회 산하 7개 협회의 수장이 대거 교체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본지는 새롭게 출범한 각 협회 지부장들을 만나 지역 예술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방영식 경주국악협회 지부장은 4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같은 자리에 섰다. 오선아 기자확대
방영식 경주국악협회 지부장은 4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같은 자리에 섰다. 오선아 기자

신라 천년의 소리가 깃든 이 땅에서, 국악을 한다는 것은 이 도시가 품어온 시간을 소리로 잇는 일이다. 방영식 경주국악협회 지부장은 그 길 위에서 4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같은 자리에 섰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아직 다 하지 못한 일이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동국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농악과 연출, 강사 활동을 거쳐 8년간 부지부장으로 협회를 지켜온 그에게 지부장직은 처음부터 무거운 자리였다.


선배들이 닦아온 길 위에서


그는 경주 국악의 토양이 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장월중선, 정순임 선생 등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부터 김성혜 교수 등 지역 국악을 이끌어온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경주 국악이 존재한다. 경주는 그만큼 실력 있는 국악인들이 모인 도시다. 그 이름들을 입에 올릴 때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존경이 담겼다.

 

“선배님들이 쌓아오신 것들이 있습니다. 그 위에서 우리가 더 잘 펼쳐내야 한다는 게 지부장으로서 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책임을 이행하는 일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경주에는 국악 공연이 넘친다. 그만큼 이 도시에서 국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협회가 그 중심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지원을 두드려도 담당자가 바뀌고, 애써 만든 제안이 해를 넘기는 일이 반복됐다.

쉬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 협회 안팎으로 얽힌 관계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 그럼에도 그는 자리를 지킨다. 누군가는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야죠. 그러다 보면 언젠가 판이 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


함께 울리는 소리를 향해


그가 바라는 것은 경주의 국악인들이 장르를 넘어 한 무대에서 함께하는 자리다. 소리와 무용과 기악이 어우러지는 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국악인들이 한데 모여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올해 그 첫 걸음을 내딛고자 국악인들과 간담회를 거듭하며 조금씩 뜻을 모아가고 있다.

 

“혼자서는 안 됩니다. 같이 가야 합니다. 그 자리를 만드는 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꿈꾸는 판은 무대 안에만 있지 않다. 황리단길 처마 아래 국악 소리가 흐르고, 고즈넉한 정자 곁에서 달빛 아래 소리가 퍼진다. 국악은 원래 거리에서, 마당에서, 삶의 자리에서 사람들과 함께했던 음악이었다. 경주의 밤과 국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 풍경을 그는 오래 마음에 품어왔다.

“사람들이 우연히 걷다가 멈춰 서게 만드는 그 힘, 그게 국악이 가진 진짜 에너지입니다. 그 판이 경주 곳곳에서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오래 품어온 꿈도 있다. 원효대사의 무애가, 처용의 춤, 신라 거리에 흘렀을 소리들, 경주라는 땅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국악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오래 전부터 구상했고 대본도 있다고 했다. 다만 그것을 함께 만들어갈 판이 아직 충분히 여물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경주는 문화 수도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 말이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이 땅의 이야기를 이 땅의 소리로 담아내는 작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반드시 올리고 싶습니다.”

회원들과 뜻을 맞춰가다 보면 시간이 걸린다. 빠르게 밀어붙이면 관계가 틀어진다. 협회 운영에서 신뢰와 효율을 동시에 잡기가 쉽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도 그가 바라는 것은 경주 국악인들이 한 방향을 보며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 그 무대가 경주 국악의 이름으로 설 수 있는 날을 그는 기다린다.

한편 경주국악협회 제7대 집행부 임원은 △지부장 방영식 △부지부장 이장은, 박성용, 박선철, 김도훈 △사무국장 박성주 △이사 김아름낭, 김수현, 김희용, 손민호, 임설아, 정규락, 정성룡, 정승우, 정은주, 정혜진, 조아라, 황정현 △감사 이현석, 허영아 씨가 함께하고 있으며 임기는 2028년 4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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