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홈 기획특집 2026 경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

한국연극협회 경주지부 제11대 조영석 지부장 “연극은 총체예술, 경주 연극의 무대를 더 넓게 펼치겠습니다”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25호 입력 2026/04/02 13:54 수정 2026/04/09 12:10
경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③

경주 예술계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경주지회 산하 7개 협회의 수장이 대거 교체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본지는 새롭게 출범한 각 협회 지부장들을 만나 지역 예술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연극과 살을 맞대며 외길을 걸어온 배우 조영석이 이제 한국연극협회 경주지부의 키를 잡았다. 오선아 기자확대
연극과 살을 맞대며 외길을 걸어온 배우 조영석이 이제 한국연극협회 경주지부의 키를 잡았다. 오선아 기자
1985년 대구의 한 거리, 버스비가 없어 걷던 한 청년은 커다란 차가 지나갈 때마다 목청껏 대사를 내뱉었다. 소음에 묻혀 주변 시선을 피할 수 있었던 그 길은 청년에게 가장 뜨거운 연습실이었다. 그로부터 40년, 연극과 살을 맞대며 외길을 걸어온 배우 조영석이 이제 한국연극협회 경주지부의 키를 잡았다.


2002년 경주시립극단 공채로 경주와 인연을 맺은 뒤, 23년간 지역 무대를 지켜온 그를 만나 경주 연극의 오늘과 내일을 물었다.

조영석 지부장은 연극을 가장 어려운 장르라고 정의한다. 음악이나 미술처럼 개인의 역량으로 완성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우, 연출, 조명, 음향, 무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탄생합니다. 그래서 연극은 총체예술이죠. 수개월간 모든 스태프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제가 지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유도 이 현장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는 당선 직후부터 쉼 없이 뛰고 있다. 조 지부장은 요즘 본업과 협회 일을 병행하며 부쩍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지는 시립극단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출근 전이나 퇴근 후 틈틈이 협회 임원진과 머리를 맞대고 사업계획을 다듬는 식이다.

“부지부장이 옆에서 함께 뛰어줘서 참 고맙습니다. 혼자였다면 엄두도 못 낼 일들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고 있어요.”

올 10월 퇴직 이후에는 협회 업무에 더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충분히 분주하지만, 퇴직 후에는 경주 연극의 저변을 넓히는 일에 온전히 시간을 쏟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연극제 유치와 ‘소극장’ 건립... “상권 살리는 연극의 힘”


조 지부장의 머릿속은 경주 연극의 자생력을 높일 구체적인 계획들로 가득하다. 가장 큰 목표는 ‘대한민국연극제’의 경주 유치다.

 

“전국 단위 연극제가 열리면 예산과 인프라, 홍보 효과 자체가 달라집니다. 경주는 이미 국공립 페스티벌을 치러낸 탄탄한 공연 인프라가 있어요.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지역 경제와의 상생 모델도 제시했다. 그는 황리단길이나 경주 중심 상가에 소극장이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극장이 생기면 관객이 모이고, 유동인구가 늘어나 자연스레 죽어가는 상권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논리다. 연극이 지역 기여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현실적인 고민도 숨기지 않았다. 현재 경주 연극협회에서 가장 젊은 회원은 30대 중반이다. 인적 자원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지금 씨앗을 심지 않으면 10년 뒤 경주 연극의 미래는 없습니다.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등 청소년 연극 교육에 공을 들이는 이유죠. 아이들이 연극을 놀이로 접하고, 그중 한 명이라도 훗날 무대에 서게 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민간 극단들을 위한 전용 연습 공간 확보 역시 시급한 과제다. 연습 공간의 부재는 곧 작품 질 하락으로 이어지기에, 협회 차원의 안정적인 베이스캠프 마련에 사활을 걸 계획이다.

그는 양동마을, 동궁과 월지 등 경주의 역사적 명소를 활용한 레퍼토리 공연도 구상 중이다.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공연을 현장에서 직접 올린다면, 관광객들에게는 그 어떤 안내판이나 설명보다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경주 연극이 관광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그림, 그것이 제가 꿈꾸는 지향점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조 지부장은 이금수 감독, 이애자 선생 등 지역 연극계 대선배들의 이름을 올렸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 후배들이 마음껏 뛰어놀 일거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소임이라는 다짐이다.

40년 전 차 소리에 묻혀 대사를 외우던 청년의 열정은 이제 경주 연극 전체의 목소리를 키우는 에너지로 승화되고 있다. 그의 무대는 이제 막 1막을 올렸다.

한국연극협회 경주지부 제11대 임원진은 김용덕 부지부장, 김혜진 사무국장, 이애자·서승암·심선자·서연정 이사, 정혜영·강상옥 감사로 구성됐다.


저작권자 © 경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